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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가 말을 할 수 있더라도 사자를 이해할 수 없을 것

비트겐슈타인

by 정강민

'사자가 말을 할 수 있더라도 우리는 사자를 이해할 수 없을 것' 언어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주장이다. 언뜻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우리는 동물이 말을 할 수 있다면 그 동물을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자의 행동을 토대로 사자의 생각을 유추하는 대신 어떤 존재인지 입으로 직접 들을 수 있어서다.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달리표현하면 '마사이족이 어떤 말을 한다 해도 당신은 그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라는 말과 비슷하다. 당신이 마사이어를 잘 알지 못하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고, 그 이상의 뭔가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서로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설명할 때 '인류 공통의 행동'이라는 개념을 언급했다. 그런데 인간과 동물 사이에도 어느 정도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공통된 행동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는 사람들이 문화적 차이로 인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두 집단이 동일한 언어를 쓴다고 꼭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비트겐슈타인은 사자에 관한 글 앞쪽에 이렇게 썼다.


우리는 어떤 사람들에 대해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 인간은 다른 인간에게 철저히 수수께끼일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외국에 갔을 때 낯선 전통을 맞닥뜨리면 우리는 이 사실을 알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리가 그 나라 말을 완벽하게 구사해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 사람들끼리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서라 아니다. 그들에게 익숙해질 수 없다.


그들의 어떤 부분, 특히 우리와 그들이 똑같이 하는 어떤 행동들은 이해가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의 삶의 양식에는 우리가 간파할 수 없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인간과 동물을 구별 짓는 것이 단지 언어일까? 언어를 가지면 모든 것이 달라져 사람과 똑같이 말할 수 있게 된 사자는 더는 사자의 의식을 갖지 않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자는 더는 사자가 아니다. 아마도 사자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사자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더 정확히는 "사자가 말을 할 수 있다면 그 사자는 평범한 사자가 어떤 존재인지,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어떤 상태인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은 말하는 사자는 더는 사자가 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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