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기쁨이 부족한 이유는 지혜가 없어서다.

발차기는 엄지발가락이 스치듯 움직여라

by 정강민

"엄지발가락이 스치듯 발차기를 해보세요!"

수영강습 2일 차, 강사는 발차기 방법을 알려주었다. 발차기의 핵심은 대퇴부가 축이 되어야 한다는 것 즉, 무릎이 아닌 허벅지를 위아래로 30~40cm 정도 움직이며 발차기를 하라고 했다. 엄지발가락이 스치듯 움직이는 동작, 이는 두 발을 너무 벌리지 말고 모아서 움직일 때도 유선형이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다행히 자세가 괜찮다는 칭찬을 들었지만, 왼발이 굽혀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7년 전 무릎수술을 받았고, 최근 무릎관절이 불편해 버스나 계단을 내려갈 때 힘들어 수영을 시작한 터였다. 누워서 하는 수영에서조차 이게 드러난다고. 그러나 동시에 수영을 통해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생겼다.


자유수영을 빠지지 않아 물에 익숙해지면서 몸이 물에 뜨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여전히 호흡법은 완전 초보다. 강사는 다시 호흡법을 알려주었다. 처음 물속에 얼굴이 들어갔을 때는 숨을 1~2초 참았다가 '음~'하며 물속에서 코로 천천히 숨을 내쉰다. 그리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 '파~'하며 숨을 들이마시는 과정을 반복하라고 했다. 지상에서처럼 물속에서도 자유롭게 호흡할 날은 언제쯤일까?


아침 5시 25분에 일어나 수영을 하고, 샤워를 마치고 바른 로션으로 얼굴은 번들거렸다. 밖에 나갔을 때 시계는 7시 9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추운 날씨에 두꺼운 옷으로 몸을 감싸고 있었지만, 나는 수영으로 몸이 더워져 오히려 옷을 풀어헤쳤다. 어떤 철학자의 말이 떠오른다.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은 1시간 동안 뛰어 땀을 내고 샤워하라. 행복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불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수영을 통해 이 진리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기쁨이 부족하지 않은데, 이는 기쁨이 그의 미덕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세네카의 이 말은 수영 후 펼친 책에서 만난 문구였다. '아~'하는 탄식이 나왔다. 내가 기쁨이 부족하고 늘 불만이 가득한 이유는 지혜가 부족해서구나! 우리가 육체와 정신을 갈고닦는 행위도 결국은 덕을 쌓기 위해 것이고, 덕이 쌓이면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나로 인해 주변이 행복해지기를 바라게 되고, 나로 인해 주변이 불행해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게 된다. 이런 이타적 마음이 자신을 둘러싸면 우울함보다 기쁨이 우세하게 된다.


물과 투쟁하는 1시간 동안, 나는 절대 불행하지 않다. 아니 불행을 느낄 틈이 없다. 지금 우울하다면 밖으로 나가 달리든지, 눈앞에 있는 책을 펼치든지, 눈을 감고 지금 이 순간만을 인식하는 명상을 하든지. 새벽의 찬 공기와 수영장과 철학자의 한 마디가 만나 나를 훈련시키고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어색하고 불편한 행동은 기분을 좋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