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손에서 놓지 않겠다는
결심 도구

- 스마트폰을 '손 안의 도서관'으로 만드는 bookbookcase

by 강호

저는 조금 특이한 휴대폰 케이스를 사용합니다. 미국 트웰브 사우스(https://www.twelvesouth.com/)라는 회사에서 만든 북북 케이스라는 제품인데요, 아이폰 5를 사용할 때부터 썼으니 올해까지 약 6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이 한 가지 케이스를 고집했던 겁니다.


저는 가죽 제품을 좋아합니다. 가죽으로 되어있는 제품은 사용할수록 손때가 묻으며 멋지게 바뀌어가는데요. 그 느낌이 참 좋습니다. 낡는 것이 아니라 세월과 함께 깊어지는 느낌이 들어서요. 북북 케이스를 오래 사용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 듯합니다. 북북 케이스를 휴대폰에 씌우면 휴대폰이 오래된 서양의 가죽 표지 책처럼 바뀌거든요. 뭔가 차가운 디지털 기기가 따뜻한 영혼을 입은 듯한 느낌을 줘서, 지겨워하지도 않고 줄기차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북북 케이스를 계속 쓰고 있는 이유는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책을 읽겠다’는 제 결심 때문입니다. 저는 첫 직장이 출판사였는데요, 생각보다 책을 만들면서 의외로 제게 필요한 책이나 읽고 싶은 책을 많이 읽지 못하게 되더군요. 많은 직장인들이 그러하듯 업무에 지치고 퇴근 후 술자리에 시달리다 주말에는 피로 때문에 늘어져 있다 보면 점점 더 책과 멀어지게 됩니다. 종종 언론에서 성인들이 한 달에 한 권도 책을 읽지 못한다는 기사를 내보내곤 하는데, 그게 참 그럴 수밖에 없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책을 읽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세상을 살아갈 방향을 정하고 여러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고 힘들고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가장 좋은 친구가 책이니까요. 어떻게든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떠올렸을 때 저는 이 가죽으로 된 멋진 휴대폰 케이스와 만났습니다.


책을 틈틈이 읽기에 가장 좋은 도구는 스마트폰이었습니다. 거의 도서관 하나가 휴대폰에 있는 것처럼 제가 읽고 싶은 책을 잔뜩 저장해놓고 읽을 수 있으니까요. 예전에는 배낭에 책 ‘바리바리’ 싸들고 다녔었거든요. 이럴 때 읽고 싶은 책, 저럴 때 읽고 싶은 책이 달라서요.


문제는 스마트폰을 집어 들 때마다 여러 유혹이 온다는 겁니다. 게임도 하고 싶고 인터넷 검색도 습관적으로 하게 됩니다. 특히 페이스북과 같은 ‘유사 도서(?)’가 자투리 시간을 온통 가져가 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짤막한, 여과되지 않은, 혼란스러운 메시지들에 금방 머리가 복잡해지곤 했습니다.


저는 제 스마트폰에 북북 케이스를 씌우면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제부터 이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나 펼칠 수 있는 책이다. 이 케이스는 나를 좋은 책으로 이끌 것이다.’ 이후로 저는 혼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거나 친구를 만나는 약속 장소에 조금 일찍 도착했을 때, 지하철 안에서, 언제 어느 때고 스마트폰을 열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생김새가 책처럼 생겨서인지 곧바로 전자책 앱으로 들어가게 되더군요.


휴대폰에서 책 읽기가 좀 거북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누구나 조금만 적응하면 좋은 독서의 도구가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예전에는 자투리 시간이 생겼을 때 읽을 책이 없어서 멀뚱하게 있는 경우가 왕왕 있었는데, 스마트폰은 늘 지니고 다니니 그럴 일이 없어졌습니다. 무겁지도 않고 그때그때의 기분에 따라 여러 책을 골라서 읽을 수도 있게 되었고요.


최근에는 ‘리디 셀렉트’라는 전자책 앱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편리해졌습니다. <<신비한 동물사전>>이라는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들고 다니는 가죽 가방 안에 거대한 동물원이 자리 잡고 있는데 마치 그런 느낌입니다. 북북 케이스를 씌운 스마트폰은 그것을 여는 순간 거대한 도서관에 들어서는 느낌이 듭니다. 저를 인류의 지혜가 그득 들어찬 도서관과 연결시켜주고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게 해주는 소중한 도구가 스마트 폰이라는 것을 제 멋진 가죽 장정 케이스가 말해주는 것입니다.


제 맏이는 엄마가 쓰다 건네준 안드로이드 폰을 사용하는데 제 케이스를 볼 때마다 투덜댑니다. 왜 안드로이드 폰에는 북북 케이스 같은 게 없냐면서요. 가죽공예를 배워서 하나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아이를 책과 더 자주 만나게 해 줄 것 같아서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