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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Oct 20. 2020

익숙한 것, 아는 것, 할 수 있는 것

- '너 이거 알아?'에서 '너 이거 해봤어?'로!

익숙한 것과 아는 것은 아주 다릅니다. 시험을 보면 익숙한 것과 아는 것이 명확하게 나눠집니다. 지금은 폐지됐지만 예전에는 법관이 되려면 사법 고시에 패스해야 했지요. 이 시험은 무척 어렵지만 통과하면 출세가 보장된 시험이었기에 내로라하는 수재들이 덤벼들어 합격하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차례 시험에 떨어진 속칭 고시 낭인들이 많이 생겨났는데요. 이 시험에서 7-8수 한 사람들은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공부를 하려고 책을 펼치면 다 아는 것 같대요. 몇 년씩 들여다본 내용이니 그럴 만도 하죠. 그런데 막상 시험을 치르면 제대로 된 답안을 못 쓴다는 겁니다. 관련 내용에 익숙할 뿐인 것을 아는 것으로 착각했던 겁니다. 


한동안 아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대부분의 관문에 지필 시험이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공무원이 되기 위해 우리는 지필 시험을 봐야했습니다. 그것을 통해 내가 아는 것이 무엇인지를 증명해야 했지요. 그런데 그 시험들이 조용히 변했고 변하고 있습니다. 형태는 동일해도 묻는 것은 '얼마나 아는냐'가 아니라 '얼마나 잘 할 수 있느냐'로 바뀐 겁니다. 대입 수능에서 국어 시험 문제는 학력고사 시절과 외형은 비슷하지만 속은 확 바뀌어 있고요, 공무원 시험은 PSAT라는 적성 시험으로 상당부분 바뀌었고 앞으로 모든 공무원 시험에 적용될 것 같습니다. 삼성, 현대, LG 등의 대기업이 입사 시험에 적성 시험을 도입한지는 오래 됐고요. 


시험이 바뀌는 건 아마도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다르기 때문일 겁니다. 아는 것은 본 적이 있다, 들어본 적이 있다에 머무릅니다. 막상 그 지식을 이용해서 해보려고 하면 잘 안됩니다. 아는 것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한 겁니다. 수영하는 법을 배웠다고 수영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들을 때는 알겠는데 막상 해보려고 하면 안 되는 경우가 세상에는 태반입니다. '아는 것'에서 '할 수 있는 것'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나 봅니다. 실행과 피드백을 통해 그 심연을 건넜을 때 비로소 할 수 있게 되는 것일 겁니다. 점점 세상이 이 심연을 넘어선 사람들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것 같습니다. 여러 회사들이 시험 봐서 뽑는 공채를 줄이고 추천을 통해 인재를 뽑거나 경력직을 수시 채용하는 걸 보면 말이지요. 이제 중요한 질문은 '너 이거 알아?'에서 '너 이거 할 줄 알아?' 또는 '너 이거 해 봤어?'로 바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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