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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Nov 02. 2020

'엄마'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 성묘길 단상

지난 주말 어머니를 모시고 성묘를 다녀왔습니다. 경남 진주 근처에 있는 작은 마을에 선산이 있는데, 5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거기에 잠들어 계시거든요. 오고 가는 길은 퍽 고되었습니다. 아직 완전한 단풍철은 아니지만, 꽤 차들이 많아서 왕복 10시간을 운전해야 했지요. 게으른 탓에 보험을 신청하지 않아서 형이 대신하지도 못하고 저 혼자 해야 했습니다. 


근데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엄마'와 함께 하는 여행이었기 때문입니다. 철이 들고 나서부터 줄곧 '엄마'를 어머니라고 불렀습니다만, 아버지 돌아가신 이후로는 다시 '엄마'입니다. '엄마'와 아들 사이에는 어색하고 어정쩡한 예법이 자리할 틈이 없습니다. 엄마가 좋습니다. 엄마라고 부르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바로 그 '엄마'와 함께 하는 여행이었기 때문입니다. 


50줄에 이른 아들 둘의 몸은 풍선처럼 부풀어가는데 팔십을 향해 가는 엄마의 몸은 자꾸만 작아져 갑니다. 휴게소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에도 엄마는 나이 든 풍만한 몸집의 아들들에게 자꾸 당신의 음식을 집어줍니다. '더 먹어라, 엄마는 배부르다.' 그러면서 한 젓가락, 또 한 젓가락 집어 줍니다. 자식들은 그렇게 집어주는 엄마의 사랑이 마뜩잖습니다. 계속 그렇게 집어 주다 보면 엄마의 몸이 더 작아져서, 마침내 먼지처럼 되어 사라질 것 같기 때문입니다.


큰집 형님네가 벌초를 맡겨 깨끗해진 선산의 모습이 좋았지만, 그보다는 묘소에서 내려올 때 엄마 손을 꼭 잡아서 좋았습니다. 철들고는 도무지 그렇게 잡을 기회가 없었거든요. 손안에 폭 들어오는 작은 손은 거칠고 곱아 있었지만, 따뜻했지요. 놓고 싶지 않은데 엄마는 한사코 손을 뺍니다. '혼자 걸을 수 있어.'


성묘를 마치고 올라오는 길에 문득 예전엔 아버지까지 넷이서 성묘를 했는데, 하는 생각을 하며 주위를 돌아보니 완연하게 나이 든 형이 뒷좌석에서 졸고 있고 조수석에 앉은 엄마는 눈이 마주치자 얼른 사탕을 까서 입에 넣어주었습니다. 이번 달 말에는 속초에 있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성묘를 다녀올 생각입니다. 아니, 성묘를 핑계로 또 한 번 여행을 떠나고 싶은 것이겠지요. 1년 뒤, 5년 뒤는 생각지 않으렵니다. 


지금 엄마가 있어 좋고, 형이 있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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