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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Nov 04. 2020

사라지는 것들

- 그들만의 세계에 살고 있겠지! 

출퇴근길에 오며 가며 늘 지나쳤던 지하철 승강장의 매점이 문을 닫았습니다. 예전에는 신문과 껌 등을 종종 사곤 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신문은 스마트폰이 대체했지요. 껌은 편의점에서 사게 되었고요. 지나가면서 흘낏 보면 마치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는 잡화상처럼 이런저런 물건들이 잔뜩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젊은 사람이라면 아마도 인터넷을 이용하거나 다이소에 가서 살 법한 물건들이었지요. 


가끔 주인아저씨가 러닝셔츠 바람으로 파리채를 들고 어슬렁어슬렁 그 주위를 서성이는 것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모두들 옷을 차려 입고 회사나 학교를 향해 부리나케 움직이는 그 바쁜 시간에 러닝셔츠와 파리채라니요. 그 아저씨와 그 공간만 시간이 느리게 가고 있었지요. '뭘 그리 바쁘게 다니나.' 그렇게 말하는 도사님 같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사라졌더군요. 부스만 남고 그 안의 잡화들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텅 빈 부스만큼이나 제 마음속도 허전해졌습니다. 잠시나마 지하철 승강장의 시간을 느리게 잡아끌던 곳이었는데. 동네의 후미진 곳에 남아있는 공중전화처럼, 사용하지 않아도 사라지지 말았으면 하고 내심 기대했던 곳이었나 봅니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그 부스의 문을 오늘은 한 번 지긋이 열어보려고 합니다. 그 문안에 마법사들의 세계가 펼쳐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면서요. 세상에서 사라진 모든 것들이 그 안에서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요. 


문을 열었지만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제 마법이 부족한 탓이니까요. 더 열심히 수행해야지요. 


다시 기대로 마음이 부풀어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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