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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Nov 16. 2020

그런 건 없다!

- 삶을 허상과 비교하지 말 것

우리가 머릿속에서 떠올리는 대상은 언제나 완벽합니다. 세상의 그 누구도, 어떤 상황도 그 대상과 비교하면 하찮아 보일 정도로요. 그런데 사람은 종종 현실의 사람이나 상황을 그 머릿속의 대상과 비교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릅니다. 저는 좀 중증이었어서 삶의 도처에서 그런 어리석음을 저질렀습니다.  


그 머릿속의 이상적인 대상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한 것이 드라마이자 영화입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은 일반적으로 함께 가지기 힘들어 보이는 수많은 능력을 갖추고 있지요. 공부를 잘하는데 주먹도 잘 쓰고 컴퓨터 기술에도 능하며 운동도 잘합니다. 요즘은 관객이나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그런 주인공도 한 두 가지 흠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설정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한동안 그런 영상 속의 인물들과 제 자신을 비교하며 스스로를 비하했던 기간이 꽤 길었었지요.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가 되어서야 그런 사람은 없다는 것을 아주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종종 세상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결혼을 하고 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관심이 '일'이 되더군요.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다가 아르바이트 삼아 다니던 회사였는데 그 무렵에는 어느 틈에 제 일상의 전부가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회사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하소연하면서 책에서 읽은 이상적인 회사의 모습, 바람직한 상사의 모습을 늘어놓으며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주장했지요. 그때 아버지가 한참 듣다가 껄껄 웃으시더니 '세상에 그런 건 없다! 산 좋고 물 좋고 경치까지 좋은데, 농산물은 풍부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심까지 좋다, 거기다 외적의 침입도 없고 자연재해도 없는 곳이 지구 상에 있겠냐?' 그러시더군요. 제가 머쓱해서 웃고 말았습니다. 그런 곳은 없겠지요. 마찬가지로 제가 책에서 읽고 머릿속에 그리는 그런 회사, 그런 상사는 없을 것입니다. 아버지의 조언은 그때 저에게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어디에도 없는 곳, 그게 유토피아라지요. 마찬가지로 완벽한 친구, 완벽한 상사, 완벽한 회사, 완벽한 남편, 그런 건 없겠지요. 자꾸 그런 허상을 머릿속에 떠올릴수록 삶은 힘겨워집니다. 요즘도 아주 가끔이기는 하지만 막연한 머릿속 대상과 현실을 비교하게 될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때마다 고개를 흔들며 나지막이 되뇌어 봅니다. 


그런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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