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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Nov 24. 2020

성장의 늪(2)

- 숨겨진 위기를 넘어서야 비약할 수 있다.

좌석이 4명 있는 음식점을 운영하다가 좌석이 8개 있는 음식점으로 키우면 인력이 딱 2배만 필요한 게 아니지요. 시스템을 정교하게 향상시키지 않는다면 인력은 4배 이상이 필요합니다. 수확 체감의 법칙이니 하는 어려운 경제학 용어를 빌리지 않더라도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 조직 관리라고 하는 일이 새로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좌석이 4명이 있는 소규모 음식점일 때는 서빙 보는 사람이 그만두면 주인이 새 사람을 뽑을 때까지 대신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넘길 수 있지만, 규모가 커지면 그렇지 않습니다. '땜빵'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사람들이 모이면 질서를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많은 양의 재료를 체계적으로 확보하고 관리할 사람도 필요하고요. 생산력을 통제하는 관리력이 늘어난 인원을 핸들링하지 못하면 곳곳에 잼과 버그가 일어납니다. 피치 못할 유휴 인력도 생기고요. 그래서 생산량을 두 배 늘리려면 조직의 인력은 거의 제곱으로 늘어나야 한다고 하더군요. 


문제는 이 조직관리의 난맥상이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렇게만 성장하면 곧 거대한 부를 이룰 것이라는 희망이 조직의 상부를 휘감고 있기 때문에 일의 확대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는 모든 말이 변명처럼 들립니다.("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거야?") 그래서 조직의 중간 관리자들은 과중해지는 업무를 대부분 몸으로 때우기 시작합니다. 물론 일의 과중함을 간혹 상부에 하소연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과거의 무용담("나는 일주일에 4시간 자면서 일했다. 뭘 그 정도 가지고 그래?")이나 일에 대한 경시("내가 하면 1시간 만에 할 일이야.""그래서 사람 늘려 줬잖아?")와 함께 묵살되기 일쑤이지요.  인력을 두 배로 늘려주었는데 무슨 소리냐는 것이지요. 일리가 있습니다. 인력을 두 배 더 투입했는데, 생산량이 두 배 이상이 되지 않으면 이익이 거의 인건비로 녹아버리니까요. 회사로서도 물러설 수 없지요. 그렇게 되면 주로 여러 회사의 중간관리자들은 회사를 옮길 용기도 역량도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온몸을 다해 과중해진 과업을 부담하려고 합니다. 그러는 한편으로 실적을 맞춰내기 위해 자신의 팀원 중 가장 일 잘하는 사람들을 과도하게 혹사시키게 되지요. 


하지만 젊은 친구들은 나이 든 중간 관리자와 다릅니다. 유능한 친구일수록 경쟁사나 다른 회사로 이직이 쉽습니다. 딱히 삶은 이래야 한다는 관습적인 규칙도 없습니다. 자신의 시간을 방해하고 자신의 삶을 원하는 대로 살 수 없다고 느껴지면, 이때부터 회사 밖에서 길을 찾게 됩니다. 이미 회사가 자신들을 끝까지 지켜줄 것이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지요. 결국 하나 둘 더 나은 환경을 찾아 회사를 떠납니다. 그 빈자리를 충성도는 높아 보이나 일의 역량은 떨어지는 사람들, 당위만 내세우는 사람들, 일하지 않고 입으로만 떠드는 사람들이 메우게 됩니다. 생산성은 더 떨어집니다. 최후로 조직의 돌쇠 역할을 했던 중간 관리자들이 못 견디고 사표를 내거나 잘려나갑니다.  


문제는 이 무렵에 조직의 책임자가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를 바로잡으려 해도 시기적으로 늦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동안 회사를 지탱하고 있었던 보이지 않는 기둥들이 어느새 빠져나간 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직의 책임자는 회사가 잘 나갈 때, 쑥쑥 성장하고 있을 때 무엇을 더 할 것인가 보다는 무엇을 안 할 것인가에 더 고민해야 합니다. 그때부터 지속 가능성을 모색해야 합니다. 성공의 향기에 취해 조직을 기계처럼 다루다 보면 그 기계가 쩍 하고 갈라지면서 인간의 모습을 띠는 경우가 옵니다. 그때에는 상당한 대가를 치르며 조직을 정비해야 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모든 회사는 어느 정도 성공했을 때, 사세가 확장될 때, '성장의 늪'이라는 조용한 위기와 마주합니다. 성장의 방법과 성장을 위한 자금의 확보 등등 예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문제들이 덮쳐 오지요. 오래된 직원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거나 새로 들어온 직원이 금방 그만둘 때, 어쩌면 조직은 그 성장의 늪에 들어서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회사의 사춘기 같은 그 위기를 잘 극복하면 회사는 급속히 성장할 것입니다. 하지만 잘 대처하지 못하면 조직은 꽤 힘든 기간을 겪어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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