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호 Dec 21. 2020

수능 국어 공부는 쓸모없는 공부일까?

- 수능 국어 단상(2)

수능 시험을 두고 종종 많은 비판이 쏟아집니다. 21세기 4차 산업 혁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시절에 객관식 시험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도 있고요, 아이들을 정답 맞추는 기계로 만드는 시험이라는 푸념을 늘어놓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적어도 수능 국어 시험은 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한 능력을 갖추게 하는 시험이라는 본질에 비추어봤을 때 그리 시대 착오적이라고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독서 영역의 지문과 문제들은 더욱 그러합니다.


독서 영역의 지문은 인문, 예술, 경제, 법, 문화, 과학, 기술 등의 분야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지식이나 최첨단 지식을 다룹니다. 대체로 수능 시험의 변별력은 여기에서 생기는데요. 그러다보니 수험생들은 수많은 서로 다른 지문을 읽어봐야 합니다. 반복 암기한 지식을 테스트하는 시험이 아니라 새로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늘 새로운 지문을 읽으며 적응하는 훈련을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수능의 독서 지문은 매우 압축된 고급한 지식의 축적물입니다. 적당한 교양서 한 권에 담긴 정보가 들어있다고 표현할 정도입니다. 그런 지문들을 수험생들은 아마 고등학교 3년간 평균 100개 이상은 읽어보게 될 겁니다. 이번 수능에 출제된 3d 애니메이션에 관한 지문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감탄할 정도로 핵심 내용이 잘 정리된 최신 지식 지문입니다. 그런 좋은 글을 시험을 대비하며 100여개 이상 읽게 되는 것이지요. 훌륭한 교양 수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게다가 놀라운 집중력으로 그 지문을 완전히 이해해야 합니다. 읽기 능력을 놀랍도록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훈련은 막연히 교양 독서를 지속해서는 얻어지지 않습니다. 


수능 국어는 적어도 입시를 위해 쓸모없는 구닥다리 지식을 달달 외우는 공부가 아닙니다. 공부하다보면 인간이 살아가며 갖춰야 하는 교양과 첨단 지식의 원리를 부지불식간에 갖추게 되는 공부입니다. 대학에서 강의를 듣기 위한 배경지식과 필수지식을 갖추게 하는 시험입니다. 어떤 시험이나 선발을 위해 동원되면 일정한 부작용이 있기 마련입니다. 수능 국어 시험도 마찬가지로 한계와 불합리한 점이 없지는 않겠지요. 허나 과거 학력고사 시절의 객관식 문제만 생각하고 비판만 하기에는 장점이 많은 시험임에 분명합니다. 


내년에 수능을 치러야하는 수험생이라면 국어공부를 할 때에 이 내용을 참고하세요. 단지 시험을 잘보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좋은 교양공부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더 힘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작가의 이전글 평가원, 욕 안 먹고 목적 달성하는 방법을 깨우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