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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Jan 25. 2021

일 잘하는 시절, 그것도 한 때다.

- 그걸 알면 겸손해진다.

인생에서 가장 예쁜 시기는 10대~20대입니다. 싱그러움이 터져 나오는 시기라 조금 나이 든 사람 입장에서는 그 나이 또래가 뭘 해도 예쁘고 귀엽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착각합니다. 자신의 그런 싱그러운 시기가 영원할 것이라고,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우중충한 아저씨 아줌마의 시절은 오지 않을 거라고, 오더라도 한참 뒤의 일일 것이라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꽃이 지는 것은 잠깐이듯이 어느 순간 우리는 늘어가는 주름과 늘어지는 볼살을 마주하게 됩니다. 젊음은 잠깐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일을 잘하는 시기, 빠릿빠릿한 시기는 대체로 30대입니다. 직장에서 이 나이 대의 사람들은 자신감으로 넘쳐 납니다. 그럴 만하지요. 살아오면서 그때만큼 스스로 일을 잘해본 시기가 없었거든요. 같은 조직 내의 상사나 후배보다 월등하게 일처리를 잘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일만큼 자기 효능감을 높여주는 것도 없을 것입니다. 이 시기에는 세상의 어떤 일을 자신에게 맡겨도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심정이 듭니다. 하지만 그렇게 일 잘하는 시절도 금방 지나갑니다. 세상의 트렌드와 해당 산업에 적용되는 기술이 조금씩 조금씩 눈치 채지 못할 만큼 바뀌다가, 어느 순간 완전히 달라진 세상을 마주하게 되거든요. 마치 제가 언제나 최신 음악만을 듣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런 음악들이 슈가맨에 나오는 것처럼요. 일 잘하는 시절, 그것도 한 때입니다. 


일 잘하는 시절, 그게 한 때라는 것을 자각하게 되는 순간 제 빳빳했던 목과 건방짐이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제가 잠시나마 뒤에서 투덜대고 험담했던 선배와 상사들도 다 어느 순간에는 일 잘하는 시절이 있었다는 깨달음이 왔지요. 그러면서 저 역시 언제 어느 때고 후배들의 험담과 불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남 욕하지 않고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하는 것이 저절로 목표가 되었습니다. 


일 잘하는 시절, 영원할 것 같지만 한 때입니다. 

그걸 알면 겸손해집니다. 

타인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게 엄격해야 하는 것은 인생의 진리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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