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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Feb 04. 2021

억울하면 직접 하라!

- 모두가 생산자인 시대

무명작가는 출판을 하는 일이 고된 편입니다. 일단 출판의 기회를 잡는 것이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원고를 투고하면 출판사 내부에서 검토를 거쳐 적합하면 작가와 연락을 취하는데요, 통과하기가 바늘구멍입니다. 통과 기준이 출판사마다 제각각인데요. 그때그때 검토하는 사람의 심리상태와 관련이 큰 것 같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도 출판사에서 반려하려던 원고였다잖아요. 최종적으로 반려 편지를 쓰려던 직원이 읽어보고 너무 재미있어서 편집부에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했다지요.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채택이 되어도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다행히 부지런한 편집자를 만나서 계약부터 출간까지가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다양한 이유로 원고가 종종 누군가의 책상 서랍 속에서 잠을 잡니다. 저는 예전에는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기 때문에 작가분들을 기다리게 하는 '악역(?)'을 맡았습니다. 편집일을 그만두고 무명작가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은 반대의 입장이 되었지요. 편집자들의 고충을 알기에 무명작가까지 챙기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꾹 눌러 참지만, 조금만 신경 쓰면 메일이나 문자로 돌아가는 상황을 전달해 줄 수 있음을 알기에 서운한 마음도 듭니다. 그렇게 무명작가에게 책을 내는 일이란 높은 성벽을 숱하게 뛰어넘는 기적 같은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길이 많이 보입니다. 책을 낸다는 것은 소통하고 싶다는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지요. 그 소통의 매체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브런치나 네이버 블로그 등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책에 담고자 하는 내용을 담아낼 수 있습니다. 소셜 펀딩을 받아서 큰 투자의 부담을 지지 않고도 자기 책을 스스로 만들 수도 있고, 전자책으로 출간하는 경우에는 시간만 투여하면 됩니다. 최근에 베스트셀러 1위가 된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도 텀블벅에서 펀딩을 받아 자가 출판으로 세상에 나온 책이더군요. 


길이 많아졌습니다. 출판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영역에서 '등용문'이라는 장벽은 없어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콘텐츠를 제작, 유통, 홍보하는 일이 예전보다 훨씬 쉽고 저렴해졌습니다. 기회가 없어서 못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게 되었네요. 


억울하면 직접 하면 됩니다.

기쁘면서도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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