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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Feb 25. 2021

똑똑한 바보 vs. 바보 같은 천재

- 세상은 머리로 재단할 수 있을 만큼 만만하지 않다.


‘디젤'이라는 청바지 브랜드가 있습니다. 창업자 랜조 로소 회장의 모토는 ‘바보라 돼라'(BE STUPID!)입니다. 그분에 따르면 바보의 어원은 원래 깜짝 놀라게 하다는 뜻을 가진 라틴어에서 온 것이라 하더군요. 평범하고 관습적인 일상에 균열을 내는 도전을 하는 사람, 그를 가리켜 ‘바보'라 칭한 것입니다. 저는 그 모토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쩌면 뭔가 대단한 일은 조금 바보 같은 사람들이 이루어내는 것 아닐까 싶어서요. 


세상에는 ‘똑똑한 바보'가 참 많습니다. 그들은 무언가를 해보기 전에 머릿속으로 일의 결과를 재단합니다. 지나치게 비관적이거나 지나치게 낙관적이어서 시작도 안 해보고 포기하거나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질러버립니다. 뭔가 찔끔하다가 결과가 빨리 안 나오면 금방 때려치웁니다. 주로 머리가 좋거나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이 종종 똑똑한 바보가 됩니다. 


하지만 '바보 같은 천재'들을 가끔 봅니다. 저렇게 해서 언제 이루겠어? 하고 돌아서서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 다시 만나면 정말 이루어 놓은 사람들 말입니다. 그들은 머리로 결과를 예단하지 않기에 미리 포기하지 않습니다. 실행으로 검증합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꽤 신중하게 판단하지만, 그 판단의 결과 가기로 마음먹었다면 포기란 없습니다. 그래서 대체로 이들은 남들의 생각과 다른 행동을 하게 됩니다. 상식에 반하는 일들을 벌입니다. 


잡스가 'stay hungry stay foolish'를 스탠퍼드 졸업생들에게 당부한 이유는 아마도 그 졸업생들이 똑똑한 바보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세상은 사람이 머릿속 생각으로 재단해서 예상할 수 있을 만큼 그렇게 만만하지 않으니까요. 


Be stupid와 Stay foolish는 그런 의미에서 오래전부터 모험가들을 위한 구호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세상은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모험가들을 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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