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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Mar 22. 2021

우월감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

- 악은 자기가 다른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순간 뿌리내린다

간혹 남보다 조금 잘한다고 못하는 사람들을 비웃고 무시하는 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성적이 좋은 것이 그 학생의 성품이 훌륭하다는 것을 보장하지 못하듯 회사일을 잘하거나 장사를 잘한다고 해서 인품이 훌륭한 것은 아니겠지요. 회사에서 일을 조금 잘한다고 해도 그게 영원할 수는 없습니다. 사원 때는 일 잘하다가 막상 팀장을 맡으면 성과가 확 떨어지는 이들이 많습니다. 전문성은 높은데 리더십이 보잘것없어서 그렇습니다. 보직이 바뀌어 그동안의 경험과 축적된 노하우를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새 분야에서는 힘을 못 쓰는 이들도 많습니다. 학습능력이 모자라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무리 조심해도 누구나 인생의 어느 시점, 세상이 다 자기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때 그런 우월감을 잘 다스려야 합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일들이 조금 지나면 닥칠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크게는 잘못되기 쉬워서입니다. 조지프 브로드스키라는 시인은 그런 위험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악은 자기가 다른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순간 뿌리내린다'


저는 십여 년 전 대학에서 시간 강사를 했을 때 겪었던 경험을 항상 마음에 넣고 있습니다. 디지털 게임이나 콘텐츠의 스토리텔링에 대한 수업을 맡은 적이 있었지요. 저는 원래 현대소설 전공이지만, 그 당시에는 디지털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있어 조금씩 연구를 하는 와중에 맡게 된 수업이었습니다. 컴퓨터보다는 책이나 잡지 쪽에 더 친숙한 아날로그 세대여서 디지털 콘텐츠에는 낯설었지만, 강의를 할 때에는 굉장히 전문가인양 아는 척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수업을 듣는 학생들보다는 제가 더 전문가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지요. 조금은 거만하게 아는 척하며 수업을 진행했었지요. 하지만 수업 마지막 날 한 학생이 다가와 자신을 소개했을 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그 친구는  넥슨에서 게임 기획일을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지금도 인기 있지만 그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카트라이더를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그 순간에 한 학기 동안 제가 떠들었던 강의 내용이 상기되면서 정말 창피했습니다. 그 친구가 게임을 비롯한 디지털 콘텐츠를 인문학 쪽에서는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고 점잖게 답한 덕분에 그 민망한 자리를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때의 일은 제게 보잘것없는 우월감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좋은 사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감은 결코 내가 남보다 많이 알고, 더 잘할 수 있다는 우월감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자신감은 겸손한 노력에서 나옵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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