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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Mar 24. 2021

"싸구려 신발을 사기엔 난 너무 가난하단다."

- 패션에 대한 말들, 거기에 대한 단상

제가 어렸을 때는 패션에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해 주변 어른들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옷은 그저 깔끔하고 정갈하게 입으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옷을 조금만 다양하게, 자주 바꿔 입어도 '철새 같다'며 빈정대고는 했지요. 그런 분위기에서 자랐기 때문에 저도 패션에 대해 관심이 없었습니다. 대학 시절에 반짝 관심을 가졌지만 결혼을 하고 직장을 갖고 나서는 다시 패션에서 멀어졌지요. 평범한 직장인이 가정을 지키고 꾸려가려면 패션의 화려함을 멀리해야 할 것 같더군요. 


그런데 몇몇 스타일에 대한 경구(?)들이 저를 조금씩 바꿨습니다.


"사람은 패셔너블하면서도 동시에 가난할 수 있다. 바로 그게 스타일의 근사한 점이다."


우연히 접한 이 말에 마음이 녹았지요. '생활이 조금 팍팍해도 얼마든지 패셔너블할 수 있구나.' 이렇게요. 


"언제나 조금 초라하게 입는 것보다는 살짝 지나치게 차려입는 편이 낫다."


예비군복을 입으면 평소에 고상하던 사람도 너저분해집니다. 옷은 단지 추위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몸을 가리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심리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옷이 후지면 마음도 후져지는 것이지요.


간혹 아우터나 구두 등의 피혁제품을 살 때는 이 구절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싸구려 신발을 사기엔 난 너무 가난하단다."


기능에만 충실한, 지나치게 저가의 의복은 기분을 고양시키지 않기에 조금 입다 또 새것을 사게 됩니다. 옷장만을 차지하고 있다가 결국 버려지지요. 조금 돈이 더 들더라도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나 디자인의 옷이 결과적으로는 더 경제적이더군요. 정말 줄기차게 입고 신게 되니까요. 그런 경험을 아주 위트 있게 대신해주는 말이라 기억합니다.  


값비싼 명품의 시즌 신상은 셀리브리티와 영 앤 리치의 몫입니다. 굳이 우리가 거기까지 도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조금만 신경을 써서 패션에 감각과 위트를 더한다면 삶이 조금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싶네요. 더 용기를 내서 새로운 패션에 도전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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