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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Apr 13. 2021

단순화시키면
방향이 나타나지 않을까?

- 노력하는 사람이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는 이유에 대한 엉뚱한 해석

노력하는 사람이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제 개인적으로는 공감하기 힘들었습니다. 이렇다 할 재능을 타고나지 못한 사람의 유일한 무기가 '노력'인데, 그 고통스러운 노력을 아무리 해도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은 참 잔인하게 들렸거든요. 만약 이 말이 맞다면 세상 참 불공평하다, 그렇게 투덜거렸던 것 같네요. 


그런데 나이 들어보니 그 말에 혹시 다른 뜻이 담긴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력하는 사람은 아마도 무언가에 '걸지 않은' 사람을 말하는 것 같았어요. 누구에게나 인생은 한정되어 있고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모색의 시기가 끝나는 인생의 어느 순간, 우리 모두 자신의 삶을 어느 한 분야에 걸게 됩니다. 


그건 마치 칼, 창, 쌍절곤, 철퇴 등의 여러 무기 중에서 자신의 무기를 선택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어떤 이는 칼을 선택하고 어떤 이는 창을 선택합니다. 그리고는 그것을 다루는 최고의 경지를 꿈꾸며 연습하고 활용합니다. 그런데 어떤 이는 너무나 재주가 뛰어난 나머지 남들은 하나만 선택하는 무기를 여러 개 이것저것 가지려고 합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다른 사람들보다 재주가 뛰어나기 때문에 여러 가지의 무기를 골고루 배워도 비슷비슷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력이 올라갈수록 배우고 단련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면서 한가지 무기를 연마한 이들에 비해 무엇 하나 뛰어난 게 없지요.  


노력하는 사람이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은 바로 이 대목을 두고 만들어진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노력하는 사람이란 너무 많은 선택지를 자기 것으로 하려는, 내려놓지 못한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요. 너무 많은 선택지를 짊어지고 가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을 쏟아부어도 그 노력이 방사형으로 흩어지면서 아무런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 말입니다. 반면 즐기는 사람이란 어떤 한 분야가 좋아서 거기에 자신의 삶을 걸게 된 사람을 뜻하고요.  


이렇게 생각하니 어느 쪽이 경쟁력이 있을지 너무 자명해지더군요. 너무 재주가 많으면 밥을 굶는다는 말이 있지요. 많은 모색을 했다면 어느 순간에는 자신이 나아갈 길을 단순화해야 할 것 같네요. 그렇게 하다 보면 자신이 즐길 수 있는 길이 나타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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