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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Apr 16. 2021

먼저 경험한 사람이 선생이다

- 지금 시대의 선생론

유학에서는 '선생'을 아마도 '도를 깨우친 사람' 정도로 쓰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남을 가르치는 사람'이지요. 주로 자신보다 나이와 세상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서 배우기 때문에 자신보다 어린 사람에게 '선생'이라는 칭호를 붙이기가 애매합니다. 


출판기획자 시절에 필자분을 만나면 호칭이 늘 '선생님'이었습니다. 저보다 나이 많은 분의 경우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어린 경우에는 서로 민망한 일이 벌어집니다. 


"그냥 00 씨라고 부르시지요." 


"그래도 어디 필자 선생님을 그렇게 부를 수 있나요."


뭔가 제 입장에서는 나이 많고 유명하다고 필자 선생님이라 부르고 어리고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필자 씨라고 부르는 건 정당하지 못하다고 느껴졌고요.  막상 그런 호칭을 듣는 이십 대 필자분은 꺾어진 오십을 바라보는 중년 아저씨에게 선생님 소리를 들으니 민망했을 터입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도 '선생' 또는 '선생님' 호칭이 잘못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선생'은 '먼저 살아본 사람'이고 먼저 살아봤다는 건 먼저 경험해봤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필자 선생님은 그 분야에서만큼은 편집자보다 먼저 경험해본 사람이기에 '선생님' 호칭이 정당합니다. 


요즘 유튜브를 들어가 보면 도처에 선생님입니다.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한 지식을 영상을 통해 전하는 유튜버들 모두 '선생님'이지요. 모두가 모두에게 선생님인 시절입니다. 그래서 지금 시대에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배우는 일이 설사 선생님이 어리고 젊다하여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지금은 먼저 경험한 사람이 선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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