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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Jun 08. 2021

아무도 주인에게는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말하지 않는다

- 회사의 진짜 주인이 되는 방법

젊었을 때, '이 회사는 여러분들 것입니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뿌듯해지고 열정이 솟아오르곤 했습니다. 정말 전심전력으로 일하던 때였지요. 그러던 어느 날 직원 중에 한 명이 은근히 물어오더군요.


- 혹시 이 회사 주식을 받으셨나요?

- 아뇨. 왜 그러시지요?

- 그러시구나. 저는 너무 열심히 일하시기에 혹시 회사 주식을 가지고 있나 해서요. 근데 왜 그렇게 열심히 일하세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그땐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순진했었던 것이었지요. 레토릭을 진실로 믿었으니까요.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잖아요. 건물의 주인에게 이 건물은 당신의 것입니다,라고 환기해주지 않지요. 노트북의 주인에게 이 노트북은 당신 소유입니다, 하고 일깨워줄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마찬가지지요. 회사의 진짜 주인에게 이 회사는 당신 것입니다, 하고 강조할 이유가 없지요. 그냥 레토릭인 겁니다. 주인은 아니지만 주인과 같은 마음으로 일해 달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라'든가 '나중에 회사가 커지면 반드시 후사할게'하는 말을 들으면 살짝 웃습니다. 그 말을 할 때 사장님들의 마음은 진심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곰곰이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약속이라는 것이 자명합니다. 누가 주인에게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라고 하나요. 누가 주인에게 회사가 커지면 그때 뭔가 해주겠다고 약속하나요. 그래서 저는 저런 말을 들으면 아, 나는 노동자였지, 하고 다시금 자각하게 됩니다. 


50년 걸려서 알았습니다. 너무 늦게요. 회사의 주인은 주주입니다. 회사의 진짜 주인이 되려면 단 1주라도 주식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그 성장의 결실, 즉 자본 소득을 얻을 수 있지요. 나머지는 모두 레토릭입니다. 회사를 이끌어가기 위한 은유적 표현이지요. 


정말 회사의 주인이고 싶다면 자신이 일하는 회사의 주식을 사야 합니다. 만약 그럴 수 없다면 주식시장에서 다른 회사의 주식이라도 사야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사실을 깨닫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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