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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Aug 11. 2021

새것과 인간적인 것

- 공평하게도 우리는 모두 신세대였다!

오래전 아버지가 내 나이였을 때 아버지께 비디오 데크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 드린 적이 있습니다. 쉽지 않았지요. 예전 아버지들은 다른 사람에게 뭔가 배우는 것을 싫어하셨지요. 그래서 무심한 척, '야, 이거 좀 켜라.' 그렇게 시키고는 요령을 물어보셨지요. 그런데 대답이 조금이라도 복잡하면 '아, 됐다. 그냥 안 보련다.' 그렇게 배우는 것을 포기하곤 하셨습니다. 답답했었지요. 직장에서는 능력을 인정받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셨던 분이 왜 이런 것을 어려워하실까. 조금만 차근차근, 차분하게 설명을 듣고 한 두 번 따라 하다 보면 얼마든지 잘 다룰 수 있는 '문명의 이기'를 왜 저렇게 방치해두실까, 왜 배우려고 안 하실까,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올랐습니다. 


혼자 양재역 근방의 버거킹에 가서 키오스크로 주문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름대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는 익숙해졌다고 자부했지만 막상 키오스크 앞에 서니 주문이 쉽지 않았습니다. 세트를 주문한 줄 알았는데 계산하려고 보면 단품이고, 간신히 세트를 주문했다고 생각했더니 콜라가 한 잔 더 추가되어 있고, 뭐 이런 식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를 반복하니 어느새 제 뒤로 젊은이들이 늘어서게 되더군요. 이마에서 진땀이 흘렀습니다. 


그 기억이 아버지께 비디오 데크를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드렸던 기억과 오버랩됩니다. 나이 든 아버지가 휴대폰을 잘 못 다루거나 카톡을 사용하지 못하시는 것을 보고 아주 조금은 한심해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새로운 소프트웨어나 평범한 한글 프로그램을 쓸 때 버벅거리는 것을 두고는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요. 오히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해간다고 푸념하기 바빴습니다. 그 대신 조금은 기술을 멀리하고 두려워하는 것을 일종의 인간적인 것이라고까지 하기도 했고요.  


항상 새 것을 받아들이는 이들은 옛 것을 낡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새 것을 받아들이던 이들이 자신들의 세계가 낡으면 그들을 밀어내는 새 것을 비인간적이라고 말합니다. 저 역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제 아버지도 저와 비슷한 마음이었을 테지요. 머릿속에 느낌표가 떠오릅니다. 


언제나 똑같았겠지요. 멧돼지를 쫓던 때부터 메타버스의 시대까지. 새것이 옛것을 밀어내고, 옛것은 밀려나지 않으려 인간적임을 찾는 것은요. 하지만 그럼에도 세상은 늘 새로운 새것을 찾아 나아갔지요. 그래서 인류가 여기까지 왔으니까요. 


푸념하지 말고 새것을 배워야겠습니다.  

서투르고 어설프고 버거워도

옛 지식과 습관과 경험을 리셋하고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스타일과 새로운 방법을 어린아이처럼 다시 습득해야겠습니다. 


그게 공평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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