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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Dec 26. 2021

상황을 과장하면
세상은 잿빛이다

- 힘든 상황은 꾀를 내고 애를 써서 헤쳐나가야지!

늦게나마 재테크에 대한 공부를 시작해야겠다고 일전에 다짐 비슷하게 칼럼을 적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딱히 배울만한 곳이 유튜브 밖에 없어서 유튜브를 돌아다녔지요. 참 세상은 넓고 유튜브 채널도 많고 고수들은 더더욱 많았습니다. 각각의 채널에서 쏟아낸 영상들을 구경하고 다니는 재미가 대단하더군요^^ 세상의 은둔 고수들이 저마다 자신의 도장을 차려놓고 저와 같은 초심자들을 관원으로 받아들이려 하는 것 같았지요. 저는 좋아요, 구독, 알람 설정이라는 수강료를 들고(?) 그들의 기예를 감히, 평가하곤 했답니다. 


처음에 한 두 명의 고수들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재테크가 무척 쉬워 보였습니다. 그들의 말을 따르면 금방 저도 부자가 될 것 같은 마음이 들만큼 솔깃했거든요. 


- 이렇게 훌륭한 '초식'(?)이 있었다니! 이 방법이야말로 재테크에서 천하제일 무공이 아니던가??


엄청난 무림 비급을 발견한 듯 마음이 설레기도 하고, 요즘 젊은 친구들 표현대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듯했지요. 그런데 잠시 호흡을 고르면서 또 다른 은둔 고수들의 도장에를 들르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모든 면에서 앞서 제가 흠뻑 빠졌던 고수와 정반대의 견해를 내놓고 있었는데, 그 말도 솔깃하더라는 말입니다. 가령 앞에 참고했던 유튜브 채널에서는 이제 곧 주가는 급격하게 오를 것이라고 할 때, 또 다른 채널에서는 아주 논리 정연하게 주가가 조정을 받거나 폭락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또 부동산 채널에서도 내년에는 집값이 폭락을 할 것이라는 의견과 나란히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집값은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이 공존합니다. 엄마와 아빠가 양쪽에서 자신과 함께 가자고 부르는 것을 듣는 아이의 심정이 됩니다. 


아마도 제가 공부가 부족해서 제 나름의 시각을 갖지 못해서이겠지요. 차차 제게 맞는 안목을 갖추게 되면 그 두 가지 시각 사이에서 제 입장을 정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와중에서 한 가지 제 나름의 원칙은 정했습니다. 적어도 파국에 가까운 '폭락론'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을 생각입니다. 세상의 종말을 예언하는 것처럼 솔깃한 메시지는 없습니다. 그래서 폭락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에 조금만 확신을 담아 말하면 저 같은 초보들의 몸과 마음은 얼어붙게 됩니다. 무서우니까요. 그러나 그렇게 멈춰있는 동안 우리의 시간은 흘러가고 인생은 끝을 향해 달려갑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늘 시장에는 잔 바람과 큰 풍파가 일어납니다. 우리의 인생이 그렇듯이요. 하지만 그것이 무서워서 집 안에만 콕 박혀 있을 수는 없는 일이지요. 무언가를 해보기 위해 도전하고 애를 쓰는 것이 우리의 삶이고 인생입니다. 호랑이의 눈을 마주한 작은 생물처럼 옴짝달싹 못하고 멈춰 선 채 파국을 맞이하는 것보다는 무엇이라도 해보는 것, 그게 지금 제 상황에 맞는 것 같아서요. 세상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것이라는 경고에는 고개만 끄덕일 뿐, 마음에 담아두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대신 고난이 닥쳐오면 그 고난을 피하고 이길 수 있도록 꾀를 내고 행동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무엇이든 해보겠다, 그런 생각이지요.  


상황을 과장하면 세상은 언제나 잿빛으로 변합니다. 

하지만 잿빛 세상에서도 꾀를 내고 애를 쓰면 

파아란 풀과 알록달록한 꽃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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