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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Jan 09. 2022

그들은 왜 화를 냈던 것일까?

- 새해에는 화내지 맙시다^^

회사에서 선배나 상사에게 깨져 본 경험들이 다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후배를 야단친 경험도 있을 것이고요. 저 역시 그 둘을 다 경험해 본 입장에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생각났습니다. 후배나 직원을 불같이 야단쳤던 그 선배나 상사는 도대체 정확히 무슨 이유로 그렇게 화를 냈던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거든요. 


처음에는 후배나 직원이 일을 잘 못하면 그로 인해 선배나 상사가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볼수록 그건 아닌 것 같았어요. 왜냐하면 대부분의 실수나 미숙은 더 윗선으로 보고되기 전에 그렇게 길길이 날뛰었던 선배에 의해 간단하게 해결되곤 하니까요. 회사가 큰 피해를 볼 것 같아서 그랬다고 보기에는 화내는 사람의 애사심이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신입 또는 말단 직원이 실수를 해봐야 그게 얼마나 큰 실수이겠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일단 하급자가 일을 보고하거나 결재를 올리면 습관적으로 '깨고' 보는 것 같습니다. 간혹 욕까지 섞어가면서요. 


더 신기한 것은 하급자에 대한 대부분의 평가가 그들의 실수나 미숙으로 인해 특정한 사건이 벌어진 다음에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또 특정한 일을 맡기고 마감기한까지는 아무 말이 없지요. 그러다가 그들이 들고 온 보고서나 결과물을 보고는 맹렬한(?) 비판과 비난을 쏟아붓습니다. 


제 생각에 그들이 화를 냈던 이유는 자신의 유능감을 높이기 위해서인 것 같습니다. 


'내가 이렇게 화가 날만큼 너는 일을 잘 못했다. 그렇게 네가 망친 일을 내가 지금부터 얼마나 능숙하고 멋지고 빠르게 해결하는지 보렴.'


이런 마음인 것이지요. 그래서 화를 낸 다음에 한숨을 푹 쉬고 짜증을 잔뜩 내고는 대신 자신이 결과물을 만들어서 보고하고 일을 끝내곤 합니다. 30대일 때의 저를 돌아보면 저 역시 종종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근데 사실 이런 방식은 회사에도 이익이 되지 않고 하급자에게도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방식입니다. 어떤 조직을 거느리는 상급자나 리더는 우선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기보다는 '일이 되게 하는 사람'이어야 하니까요. 


미리미리 동료들을 관찰하고 면담해서 무엇을 지원하면 차질 없이 맡은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상급자의 더 큰 중요한 역할일 것입니다. 따라서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화를 벌컥 내는 것은, 단적으로 말해 조직관리라는 자신의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자백하는 것이나 똑같습니다. 제대로 된 직원을 뽑지 못했고 잘 교육시키지도, 잘 관리하지도 못했다는 것을 온천하에 떠드는 것이지요. 


'무능함의 고백'을 마치 자신의 '유능함'을 드러내고자 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구린 구닥다리 방식입니다. 요즘 대부분의 회사들이 점점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수평적인 경향을 띄어 갑니다. 회사가 월급을 주고 구매한 하루 8시간의 노동의 퀄리티에 대해 항의할 수는 있어도, 욕설을 하거나 화를 내서는 안 되는 세상으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회사에서 쓸데없이 화내지 맙시다. 무능해 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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