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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Jan 16. 2022

수고했습니다

- 애써서 꿈꿔준 우리 자신에게

1월은 열정의 달입니다. 해마다 1월이 되면 마음이 뜨거워집니다. 그간 살아왔던 날들보다 훨씬 알차게 열정적으로 살아갈 것이라 스스로 다짐하곤 하지요. 그리고 문득 맞이하게 되는 12월은 반성의 달입니다. 해마다 12월은 후회로 인해 마음이 무겁습니다. 무심코 펼친 다이어리에는 1월의 빼곡한 열정이 조금씩 식어가며 점점 옅어지다가 어느 순간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백지로 버려져 있는 것이 보입니다. 1년을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허송세월 한 것 같습니다. 


1년의 12조각 중 첫 번째 조각의 반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작년의 12월은 나름 마음이 더 무거웠습니다. 12월 말의 생일을 지나면서 이제 제 나이는 어떻게 핑계를 대더라도 50을 넘어서게 되었으니까요. 그래서일까 1년이 아니라 50년을 반성하게 되더군요. 철이 들고 나서부터는 항상 1월에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비상을 꿈꾸었다가 12월이면 다음 해를 기약하고는 했었지요. 그렇게 어느덧 오십 년이 되었던 겁니다. 그러는 사이에 청춘의 꿈과 계획은 어느 틈에 희미해지고 하루하루 살아남는 일, 버텨내는 일에 전념하게 됐지요. 그렇게 살다가 문득 한 해가 지나버린 다이어리를 마주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매년 열정과 권태가 반복되는 삶, 딱 그것이더군요.


어, 그런데 그게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늘 제 자신을 한심해하고 “정신 차리자!”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왔는데, 지난해의 12월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생각도 못했는데 제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더군요.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


1년의 삶도 그토록 신산스러운데 반백년이라니요. 그런 마음으로 제 자신을 바라보니 그렇게 낙타처럼 걸어온 그 사람이 기특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기필코 살아와준 그 사람이 고마워 스스로를 잠시 안아주었습니다. 


또다시 1월입니다. 

저는 예년처럼 다시 뜨거워졌고 어쩌면 중간에 잊힐지도 모를 부푼 꿈들을 꾸었습니다. 그것을 다이어리에 적었습니다. 차분히 지난 인생을 돌아보면 모든 꿈들이 잊힌 것은 아니었습니다. 잊었던 꿈이 중간에 나타나기도 했고, 어떤 꿈은 몇 년을 건너뛰어 이루어지곤 했지요. 

 

허망한 꿈을 꾸었다가 이루지 못한 것이 한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수많은 꿈을 매년 열심히 꾸어준 제 자신이 기특했습니다. 매년 1월이 되면 마음이 뜨거워지는 제 자신에게 감사했습니다. 그 뜨거움이 엔진이 되어 삶을 또 한 걸음씩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꿈들을 꾸시고,

행복하게 노력하시다가

꿈들이 잊히거든 그러려니 하세요.

그리고 애쓴 자신에게 수고했다, 한마디 건네세요.  

꿈이요? 아마 꼭 필요한 꿈이라면 필요할 때 다시 나타나겠지요. 그러겠지요. 

 

작년 한 해 수고하셨습니다. 애쓰셨습니다. 

그리고 올 한 해 행복하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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