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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Jan 23. 2022

제자리 뛰기

- 게으름이라는 관성을 이기는 방법


복싱 선수들이나 태권도 선수들을 보면 항상 제자리에서 뛰고 있습니다. 비보이들이 춤을 시작할 때 보면 그들도 항상 먼저 제자리에서 스텝을 밟습니다. 왜 그럴까요? 관성 때문입니다.


멈춰있는 물체는 계속 멈춰있으려 하고,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 합니다. 멈춰있다가 갑자기 움직이려고 하면 에너지가 훨씬 많이 듭니다. 그래서 미리 제자리에서 움직이면서 뒤에 이을 동작을 준비하는 것이지요. 


또한 방향 전환을 위해서는 보폭을 크게 움직이면 안 됩니다. 역시 관성 때문이지요. 큰 보폭으로 전속력 질주를 하다가 갑자기 방향을 꺾으면 무릎이나 발목이 나갑니다. 물리적인 상황에서만 관성이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상생활에서도 관성의 힘은 지독합니다. 유튜브 채널을 켜고 그 앞에 앉으면 그대로 몇 시간을 앉아 있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졸려도 잠들지 않으려고 할 만큼 우리의 심리적 관성은 큽니다. 공부를 할 때에도 분명 잘못된 학습방법인 줄 알아도 금방 바꾸지 못합니다. 관성 때문입니다. 


신년이 되면 우리는 항상 게으름이라는 녀석과 힘겨루기를 하게 됩니다. 게으름은 가만히 있으려는 관성의 다른 이름입니다. 운동을 해서 땀을 흘려야 하지만 가만히 있고, 강사의 가르침을 따라 입을 놀리고 손을 놀려야 공부가 되지만 우리는 가만히 있으려 합니다. 당장 나가서 생활에 필요한 돈을 벌어야 하지만 우리는 자존심 때문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우려 합니다.


모두 관성입니다. 이런 게으름이라는 관성을 이기는 방법은 '제자리 뛰기'입니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더라도 제자리에서라도 뜀을 뛰듯 일상을 움직여 가야 합니다. 그래야 어딘가에서 기회가 생겼을 때 뛰어나갈 수 있습니다. 


저는 한 7년 전에 회사를 옮긴 적이 있습니다. 따로 이직할 회사를 정해두거나 창업 아이템을 정해두고 그만둔 것이 아니어서 막상 회사를 나오고 나니 별로 할 일이 없었습니다. 하루 이틀 집에서 뒹굴어보니 편했습니다. 마음은 불편했지만 어느 틈에 몸은 ‘백수' 생활에 익숙해져 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러자 사람을 만나는 일도, 어디 나다니는 것도 귀찮아졌지요. 그렇게 한 6개월 흘러가면 다시는 일을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실제로 그렇게 된 분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기도 했고요) 퇴사하면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그것 역시 집에서는 한 글자도 써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결정한 것이 일단 아침 일찍 회사에 출근하는 마음으로 국립 도서관에 가는 것이었습니다. 적어도 몸을 '일하는 관성이 작용하는 상태'로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이었지요. 


그 결정은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축 늘어져있었던 몸이 도서관에 하루 이틀 다니자마자 곧 회사 다닐 때처럼 부지런해졌습니다. 마치 정말 체육관에 가기 싫었는데, 억지로라도 체육관에를 가서 조금 운동을 하니 몸이 데워져 열심히 운동을 하고 돌아오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러자 글이 써지고 그 글로 인해 사람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그런 인연 속에서 새로운 회사에 취업할 기회가 생기게 되었지요. 딱히 무언가 할 일이 없어도 일단 우리의 일상을 움직이는 관성이 작용하는 상태, 일하는 관성이 작용하는 상태로 만들어 놓는 것의 힘을 그때 느꼈습니다. 


새해입니다. 오미크론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조금 열리려 했던 일상의 문이 다시 닫히는 느낌입니다. 뭔가 해보려 했던 일들이 자꾸 어그러집니다. 앞으로 나아가려는 우리를 자꾸 세상이, 현실이 막아섭니다. 


그렇더라도 올해에는 우리 제자리 뛰기를 하기로 해요. 지금 당장 앞으로 달려 나가지 못하더라도 제자리에서 기회를 노리며 몸을 덥혀 놓고 있기로 해요. 분명 얼마 안 있어 곧 모든 불확실성이 걷히고 우리 앞에 다시 기회라는 길이 나타날 것입니다. 그때 즉시 뛰어나갈 수 있게 우리의 삶을 움직이는 관성의 상태로 만들어 놓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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