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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Feb 28. 2022

- 그 섬에 가는 방법은 따로 있다

‘섬은 종들이 멸종해 가는 곳이다.’


<<도도의 노래>>라는 책의 서평을 읽다가 이 구절이 눈에 띄었습니다. 고립된 생태계는 충격에 취약해서 같은 면적이라도 대륙보다는 섬에서 종들이 쉽게 사라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처음에 무의식적으로 ‘멸종'을 다른 생물의 멸종이 아니라 인간의 멸종이라고 읽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서평의 설명을 읽으니 인간 역시 그리 다르지 않을 것 같더군요. 


평상시에 인간은 혼자가 편하잖아요. 귀찮은 잔소리도 없고 성가시게 제 일상에 끼어들 불청객도 없고요. 하지만 일상에 충격이 닥치면 그 모든 편리함과 해방감은 고독과 추위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인간은 혼자 섬에서 살아갈 수 없습니다. 모두가 서로 교량을 놓아 서로 닿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왜 우리가 ‘섬’이 되었는지를 망각하면 우리는 서로 닿을 수 없을 것입니다. 안치환의 노래 가사처럼 도시의 ‘우울한’ 거리에서 ‘소외된' 영혼들이 섬이 되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침묵이 답답하다고 해서 상처 입은 영혼들의 마음의 성벽을 허락 없이 허물고 마음의 해자를 제멋대로 메우며 만나려 해서는 안 되겠지요. 마음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려 결국 스스로 열어주는 문을 통해 만나는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섬에서의 고립을 선택하는 것이 인간인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의 마음의 성벽이 높아지고 해자가 깊어진 것 같습니다. 저는 타인의 섬에 예의 있게 건너가는 법을 아직 모릅니다. 그래서 그전에 우선은 연습부터 하려고 합니다. 타인의 침묵과 무관심을 견디는 연습부터요. 그걸 못견뎌서 무례하게 그들의 섬을 '침공'해서는 안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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