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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Apr 10. 2022

그저 물어보기만 하면 됩니다.

- '실행력'을 높이는 마음의 태도

아버지의 마지막 디즈니월드 여행 때, 그와 나는 네 살이었던 딜런과 함께 모노레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딜런은 열차의 앞쪽, 멋있게 생긴 원추형 머리 부분에 운전사와 함께 앉고 싶어 했다. 나의 놀이공원 애호가 아버지도 대단한 스릴을 느낄 것이라며 딜런에게 동의했다. "하지만 일반 관객들은 거기에 앉지 못한다는구나." 그가 말했다. "흐음." 내가 나섰다. "사실 말이에요 아버지, 이매지니어를 해보니까, 이런 일에는 요령이 필요하더군요. 한번 보시겠어요?" 그는 물론이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나는 미소 짓고 있는 디즈니 모노레일 안내원에게 다가가 말했다. "실례합니다. 우리 세 명이 첫 번째 칸에 앉을 수 있도록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손님." 안내원이 말했다.  그는 게이트를 열었고, 우리는 운전석 옆에 자리를 잡았다. 내 인생에서 아버지가 이렇게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본 건 그때가 유일했다. 우리가 매직 킹덤을 향해 속력을 내고 있을 때 내가 말했다. "요령이 있다고만 했지, 어려운 요령이라고 말한 적은 없어요." 가끔씩, 당신은 그저 물어보기만 하면 된다.  - 랜디 포시, <<마지막 강의>> 중에서 pp.242-243.


췌장암으로 삶을 마감한 랜디 포시 교수님의 <<마지막 강의>>에서 가장 제게 도움이 되었던 구절이 

'가끔씩, 당신은 그저 물어보기만 하면 된다.'였습니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저는 일을 하면서 미리 안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상황을 머릿속에서 재단하고 실행을 아예 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또 거절의 두려움 때문에 청탁을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흔히 '먹물들의 병폐'라고 지적되는 문제점이지요. 


아마도 자존심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자존심을 상하고 싶지 않은 거죠. 사실 일을 할 때에는 일과 자존심을 분리해야 합니다. 그래야 실패와 거절에 강해질 수 있거든요. 일을 할 때 누군가에게 요청할 게 있다면 그냥 한 번 물어본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나랑 같이 일을 할 거야?" 이렇게 물어보는 겁니다. 상대방이 거절하면 또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면 됩니다. 나같은 초짜와 같이 일하려고 할까? 이런 생각은 필요 없습니다. 그 판단은 상대의 몫이니까요.


지하철 역 부근에서 전단을 나눠주시는 분들도 그 나눠주는 방법을 잘 관찰해보면 경력을 대충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 앞에 전단을 쑥 내밀고 눈을 마주치는 분은 프로입니다. 그렇게 하면 대략 절반은 전단을 받지 않지만 나머지 절반 정도는 전단을 받습니다. 근데 쭈뼛거리며 전단지 한 장을 제대로 내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초보입니다. 몇 번 내밀어 보지만 사람들이 반응 없이 지나치면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는지, 그다음부터는 전단지 내미는 일을 망설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압니다.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 건 전단지를 나눠 주는 분을 무시해서가 아니지요. 그냥 귀찮아서입니다. 쓸모 없는 종이를 받아서 버리지도 못하고 들고 가는 게 귀찮거든요. 하지만 눈 앞에 불쑥 내미는 전단지를 거절하는 것도 피곤한 일입니다. 받을까 받지 않을까, 이건 정말 찰라에 결정되는 것이거든요. 그러니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은 무조건 사람들의 눈 앞에 불쑥 내밀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사람들을 갈등하게 만들어야 하는 거죠. 


그와 비슷한 일들이 사무실에서도 종종 펼쳐집니다. 대부분의 회사원들은 자신에게 익숙한 일, 자신이 갑이거나 아니면 적어도 서로 동등한 관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잘 처리합니다. 자신이 갑이거나 적어도 동등한 입장에서 하는 일은 아주 '스무스'하게 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상대에게 아쉬운 말을 해야 하는 경우, 시쳇말로 '쪽 팔리는 일', 스스로가 을이 되어야 하는 일은 누구나 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항상 그런 일에 대해서는 안 될 거라고 미리 재단하는 경우가 많지요. 


저도 딱 그런 병에 걸려있었던 것인데요. 랜디 포시 교수님이 제 마음에 있던 심리적인 장벽을 허물어주셨습니다. 그건 쪽 팔린 게 아니야, 그러니 쓸데 없는 변명으로 하기 싫은 것을 합리화하지 마. 니가 할 일은 그냥 물어보는 거야. 간단하잖아? 안 될 거라고 미리 재단하지 말고 그냥 한 번 물어봐. 이런 식으로요. 책이 제게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  조언 덕에 저는 실행력이 이전보다는 무척 좋아졌습니다. 물론 여전히 거절과 실패는 싫습니다. 그러나 저는 랜디 포시 교수님의 조언을 믿고 시도했지요. 그 여러번의 경험을 통해 거절과 승락,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아울러 사람들은 그냥 한 번 물어보는 것에 대해 별로 싫어하지도 않는다는 것 역시 배웠고요. 


앞으로는 그냥 실행해봅시다. 그냥 물어봅시다. 

적어도 손해 볼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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