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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May 28. 2022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유머

- 그것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

어느 프로그램에서인가 개그맨 유재석 씨가 타인을 비하하거나 난처하게 만드는 종류의 유머를 '가장 최악의 유머'라고 칭한 바 있습니다. 저는 거기에 보태 그런 유머는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유머'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은 불쾌한 피해자가 되고 자신은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바보가 되어버리는, 모두에게 안 좋은 유머잖아요. 사실 이제 이런 유머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소수의 권력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갈 때는 별로 웃기지도 않은 유머에도 깔깔거리며 웃는 척을 해야 했지요. 안 그러면 불이익을 당해야 했으니까요. 이제는 그런 권력들에 대항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수단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조금씩 주어지면서 세상 모든 꼰대들, 안하무인들, 무례한 이들이 응징받게 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들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는 것이지요. 


살다 보면 이상한 유머 감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 사람들은 늘 다른 사람을 이죽거리거나 비하하거나 곤란하게 만듭니다. 아주 작은 실수를 물고 늘어져 부풀립니다. 관찰해보면 이런 유머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이상한 확신을 갖고 있는 듯합니다. 자신에 대해 과도하게 높게 평가합니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매우' 똑똑하고 '아주' 웃기는 사람이며, '상당히'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같은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그의 농담을 듣고 그냥 어색해서 웃어주는 것인데, 그걸 본인의 농담이 재치 있고 참신해서 웃는다고 착각하는 거죠. 그래서 자신의 유머감각을 드러내도록 도와줄 다음 사냥감을 끊임없이 물색하지요. 또한 그런 '기발한' 유머를 구사할 만큼 자신이 위트가 있고 재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뻑' 상태입니다. 


그런데요. 한 꺼풀만 헤치고 들어가면 아주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똑똑함을 거부한 세상에 대한 원망, 자신보다 못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잘 나가는 것에 대한 질시, 자신보다 잘난 사람들에 대한 질투... 그런 것들로 똘똘 뭉쳐있는 경우가 많지요. 생각이 거기까지 이르자 문득 다른 이를 비하하는 유머를 즐기는 사람이 가여워졌습니다.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유머인 자기 자신을 소재로 삼는 유머를 구사하기에는 스스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너무도 부족한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그들은 자신을 낮추고,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자신의 약점과 고난을 유머의 소재로 삼는 것이 불가능한 사람이니까요. 


멀리 갈 것도 없이 제 자신이 한 때 그런 마음으로 살아서 잘 압니다. 다행히 세상 도처에 존재하는 고수들을 하나 둘 만나 데일 정도로 '뜨겁게' 깨달은 여러 경험 덕에 그렇게 사는 것이 어리석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요. 그런 예전의 제 자신을 돌아보면 반성이 됩니다. 타인이 멍청한 유머를 던질 때 나 자신이 그 유머의 대상이 아니면 그 유머가 웃기다며 같이 맞장구치며 웃기도 했으니까요.


그래서 그에 대한 처방도 잘 압니다. 바로 무관심, 침묵입니다. 이런 대응을 만나면 처음에는 무척 당황스럽고 그다음에는 화가 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자기 반성이 따라오게 됩니다. 어쩌면 자기 자신이 생각처럼 똑똑하지도 유머감각이 있는 존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 우월감을 없애준다는 점에서 제게는 효과 만점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유머에 대처하는 우리의 가장 간단한 처방은 무관심과 침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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