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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Jun 06. 2022

맞장구

- 조연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맞장구. 둘이 마주 서서 장구를 치는 일을 가리킵니다. 여기서 말의 의미가 조금 더 확장되어 '남의 말에 덩달아 호응하거나 동의하는 일'이라는 뜻으로도 사용됩니다. 이런 의미의 맞장구는 매우 중요합니다. 맞장구가 없으면 '흥'이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흥'이 깨지면 일이 힘들어집니다. 


나이가 들수록 '맞장구'를 쳐주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고개를 주억거리거나 감탄사를 내뱉는 일은 좀처럼 기대하기 어렵게 됩니다. 그보다는 저마다 자신의 일, 자신의 삶에 대해 말하기 급급합니다. 자신이 주목받기 위해 재담을 늘어놓으려 바쁩니다. 남이 이야기할 때는 딴청 피우거나 말을 자르고 끼어들면서 자신이 이야기할 때는 마치 아카데미상 수상소감 듣듯 하기를 바랍니다.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준비만을 했고 주인공으로 살아가기 위해 교육받았기 때문입니다. 주연만이 가치 있다고 배웠기 때문입니다. 주연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화에서 조연 역할을 하는 것이 싫고 어색합니다.


그러나 모든 영화가 주연 만으로 만들어질 수 없듯, 모든 대화가 주연만으로 이루어진다면 서로 독백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입니다. 


'맞장구'는 그렇게 조연 역할을 하는 사람이 드물어진 우리 시대에 아무나 갖추기 어려운 매우 훌륭한 능력입니다. 잘 들어주는 귀와 '맞장구' 능력이 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 우리는 그 사람이 참 말을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작 그 사람은 몇 마디 안 했는데도 말이지요.  


요즘 같은 시대에 들어줄 능력과 마음이 없다면 차라리 스스로 침묵을 훈련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서서히 조연으로 이동하는 배우들만 평생 무대에 설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젊은 시절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배우들이 어느날 조연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경우가 있지요. 그들은 그런 등장을 위해 꽤 오랜 시간 두문불출합니다. 자의반 타의반 침묵을 택하는 것이겠지요. 주연으로 살던 삶을 정리하고 이제 조연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준비, 주연을 위한 '맞장구'를 그 시간동안 갖추려 하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에게도 그런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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