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가 점검해보세요
최근에 '아니시에이팅'이라는 말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주로 모바일 축구 게임만 하기 때문에 '롤'이나 '오버 워치'나 '베그'처럼 팀을 짜서 하는 게임은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함께 게임을 하는 팀원이 게임을 잘 못하면 굉장히 짜증도 나고 화도 나고 그런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일까 그런 게임들에서 주로 '아니~'로 시작해서 '하...~고요'로 이어주고 '에효~'로 마무리하는 말투가 종종 사용된다네요. 가령 같은 팀원이 너무 못하면
"아니, 그걸 왜 못 막아...
하... 이길 마음은 있냐고요...
에효... 아니다...'
이렇게 말한다는 거죠. 이런 말투를 '아니~'로 시작한다고 '아니시에이팅'이라고 부른다더군요. 이 말이 유행한 건 꽤 오래전이었던 모양인데(2020년 이전부터 쓰던 말인 모양입니다.) 저는 이제야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저는 또 다른 종류의 '아니시에이팅'을 알고 있습니다. 일상 대화를 할 때 '아니~그게 아니고'로 시작하는 말투입니다. 다른 사람이 말하고 있을 때 끼어들면서 쓰는 기술인데요. 가만히 들어보면 원래 말하던 사람의 말이 틀린 것이 아니라 그냥 견해가 다를 뿐인데도 늘 '아니 ~그게 아니고'로 대화를 시작해서는 시종일관 나무라는 듯, 가르치는 듯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훈계조로 일관하는 것입니다. 젊은 친구들이 말하는 '아니시에이팅'과는 다른 경우를 가리키는데, 제가 보기에는 이런 '아니시에이팅'도 꽤 자주 쓰이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저보다 나이 많은 어른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그런 말투를 경험하고는 앞으로 나 자신은 절대 쓰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막상 '아니시에이팅'을 당해보면 정말 기분이 나쁘거든요. 내가 말하는 모든 것들이 다 틀렸거나 하자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달까요. 그런데 요즘에는 이제 제 또래들 중에도 '아니시에이팅'을 구사하는 친구들이 있더군요. 집에서 아이들에게 말할 때 저도 모르게 '아니시에이팅'을 구사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저도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구나 하는 위기감도 느꼈지요.
예전에 회사에서 팀장 교육을 받을 때 강사님이 일단 상대방의 말을 긍정하면서 대화를 시작하라고 강조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네, 그렇게 볼 수 있겠군요. 그런데 이렇게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런 방식으로 대화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상대방도 무시당하거나 거절당했다는 느낌 없이 원만하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고 요. 그 강사님의 조언대로 저는 앞으로 '네시에이팅(?)'을 구사하려고 노력해 볼 생각입니다. 말을 시작할 때 '아니' 대신 '네'를 붙여서 긍정으로 시작하는 거죠. 그러면 상대방에게 공감의 느낌을 더 줄 수 있고 대화도 더 친밀해지지 않을까 싶네요.
혹시 자신이 타인의 말을 무 자르듯이 싹둑 잘라내고 일장 연설을 쏟아냄으로써 인정받고 싶어 하는 '아니시에이팅'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가 점검해 보세요. 사람들과의 관계가 그것 하나만으로도 훨씬 나아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