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호 May 21. 2022

NO 아니시에이팅(?)

- 자가 점검해보세요

최근에 '아니시에이팅'이라는 말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주로 모바일 축구 게임만 하기 때문에 '롤'이나 '오버 워치'나 '베그'처럼 팀을 짜서 하는 게임은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함께 게임을 하는 팀원이 게임을 잘 못하면 굉장히 짜증도 나고 화도 나고 그런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일까 그런 게임들에서 주로 '아니~'로 시작해서 '하...~고요'로 이어주고 '에효~'로 마무리하는 말투가 종종 사용된다네요. 가령 같은 팀원이 너무 못하면 


"아니, 그걸 왜 못 막아...

  하... 이길 마음은 있냐고요...

  에효... 아니다...'


이렇게 말한다는 거죠. 이런 말투를 '아니~'로 시작한다고 '아니시에이팅'이라고 부른다더군요. 이 말이 유행한 건 꽤 오래전이었던 모양인데(2020년 이전부터 쓰던 말인 모양입니다.) 저는 이제야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저는 또 다른 종류의 '아니시에이팅'을 알고 있습니다. 일상 대화를 할 때 '아니~그게 아니고'로 시작하는 말투입니다. 다른 사람이 말하고 있을 때 끼어들면서 쓰는 기술인데요. 가만히 들어보면 원래 말하던 사람의 말이 틀린 것이 아니라 그냥 견해가 다를 뿐인데도 늘 '아니 ~그게 아니고'로 대화를 시작해서는 시종일관 나무라는 듯, 가르치는 듯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훈계조로 일관하는 것입니다. 젊은 친구들이 말하는 '아니시에이팅'과는 다른 경우를 가리키는데, 제가 보기에는 이런 '아니시에이팅'도 꽤 자주 쓰이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저보다 나이 많은 어른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그런 말투를 경험하고는 앞으로 나 자신은 절대 쓰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막상 '아니시에이팅'을 당해보면 정말 기분이 나쁘거든요. 내가 말하는 모든 것들이 다 틀렸거나 하자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달까요. 그런데 요즘에는 이제 제 또래들 중에도 '아니시에이팅'을 구사하는 친구들이 있더군요. 집에서 아이들에게 말할 때 저도 모르게 '아니시에이팅'을 구사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저도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구나 하는 위기감도 느꼈지요.  


예전에 회사에서 팀장 교육을 받을 때 강사님이 일단 상대방의 말을 긍정하면서 대화를 시작하라고 강조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네, 그렇게 볼 수 있겠군요. 그런데 이렇게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런 방식으로 대화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상대방도 무시당하거나 거절당했다는 느낌 없이 원만하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고 요. 그 강사님의 조언대로 저는 앞으로 '네시에이팅(?)'을 구사하려고 노력해 볼 생각입니다. 말을 시작할 때 '아니' 대신 '네'를 붙여서 긍정으로 시작하는 거죠. 그러면 상대방에게 공감의 느낌을 더 줄 수 있고 대화도 더 친밀해지지 않을까 싶네요.  


혹시 자신이 타인의 말을 무 자르듯이 싹둑 잘라내고 일장 연설을 쏟아냄으로써 인정받고 싶어 하는 '아니시에이팅'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가 점검해 보세요. 사람들과의 관계가 그것 하나만으로도 훨씬 나아지지 않을까요?

작가의 이전글 마음의 칼을 벼리며 시대를 건너뛴 우리 시대의 고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