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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May 03. 2023

순백의 진정성은 없다!

- 영향력을 제대로 쓰는 방법

핑크 플로이드가 러시아의 침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28년 만에 신곡을 냈다고 합니다. 1994년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과거의 저 같았으면 그런 핑크 플로이드의 행보를 백안시했을 것입니다. 


- 이런 비극적인 사건을 이용해 다시 한번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보려는 것 아냐?


스무 살 시절의 저는 마음도 좁고 여유도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니 '순백의 진정성'이라고 해야 할까요, 자신의 이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완벽한 이타성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아니, 이 세상 누군가는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제 자신만큼은 그런 완벽한 이타성에 따라 행동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일 겁니다. 나 자신에게도 강요할 수 없는 것을 다른 이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겠지요. 


대신 저는 마음에 저울을 하나 둡니다. 어떤 사람이 좋은 일을 한 이유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서이든, 돈을 벌고 싶어서이든, 그 행위를 통해 세상이 더 나아졌나, 그렇지 않냐, 이것만 판단하려 합니다. 더 나아졌다면 그 행위를 비판할 이유가 없지요. 장려해야 합니다. 연말에 불우이웃 돕기를 하는 기업가나 정치인 등에 대한 시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사진을 찍고 사회에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었을지라도, 그들이 기부한 돈과 물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잘 전달되어 요긴하게 사용되었다면 기부를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테니까요. 


방구석에 앉아 다른 이들의 행위의 진정성만을 판단하면서 어떤 실천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세상에 아무런 영향력을 끼치지 못합니다. 이름을 더 많이 알리고 싶어서, 돈을 더 벌고 싶어서, 그 어떤 목적으로든 세상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면 그건 긍정적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전혀 백안시당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핑크 플로이드는 그들이 가진 영향력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영향력은 그렇게 쓰여야만 합니다. 설사 그게 나이 든 록밴드의 일순간의 장사 마인드에서 비롯되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세상이 조금 더 개선될 수 있다면 무척 의미 있는 일일 것입니다. 


제발 빨리 전쟁이 끝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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