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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Jan 23. 2023

한걸음 한걸음

-  그것만이 내 세상으로 가는 방법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족(갈리아인)이나 게르만족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졌던 로마인이 이들 민족보다 뛰어난 점은 무엇보다도 그들이 가지고 있던 개방적인 성향이 아닐까. 로마인의 진정한 자기 정체성을 찾는다면, 그것은 바로 이 개방성이 아닐까. -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1>에서


젊은 시절 저 글을 읽을 때, 저는 로마인들의 자기 정체성이 '개방성'이 아닐까라는 시오노 나나미의 생각에 무척이나 동의하면서도 그보다 그들이 지성, 체력, 기술력, 경제력 등 모든 분야에서 다른 민족에게 뒤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더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아, 세계를 호령했던 로마인들도 모든 면에서 압도적으로 뛰어났던 것은 아니었구나. 새삼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좀 편안해졌거든요. 제게 청춘은 언제나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시기였었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그들에게 배운 것은 '한걸음 한걸음'이었습니다. 모든 분야에서 다른 민족에게 조금씩 뒤떨어진 그들이 창과 방패를 나란히 들고 한 발 한 발 오와 열을 맞춰 전진하는 순간 세상이 그들의 것이 되었지요. 제가 읽은 꽤 많은 책에서 개인의 변화를 위해 '과격한 개혁'을 주장하곤 했습니다. 미쳐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렇지 않으면 임계점에 도달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인간의 본성 때문에 '한걸음 한걸음'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얼마 가졌나, 얼마나 유명하나, 오로지 그것만을 추구한다면 '미쳐야 한다'는 주장이 옳을 수도 있겠습니다. 화력의 집중이 필요하겠지요. 모든 사람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견뎌낼 강인한 마음을 가졌다면 과격한 개혁은 최고의 방법일 것입니다. 그러나 전체 인구의 5% 정도만 해낼 수 있고 나머지 95%는 중도에 포기하거나 조바심 때문에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게 된다면 어떨까요? 인생의 목표가 얼마 가졌나, 얼마나 유명한지와는 조금 다른 곳에 설정된 사람이라면요? 


그래서 저는 점진적 개선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인간이기에 중간에 조금 쉬었다 갈 수도 있고, 잠시 풀 죽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마음이 무너져 방황할 수도 있고요. 학습 능력은 갑돌이보다 못하고 물려받은 재산은 을순이보다 적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로마인처럼 새로운 세상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자신이 목표한 바를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다면 그게 내게 엄청난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지금도 가지고 있습니다.  


젊은 나이일 때는 빨리 무언가 결과를 내놓고 싶은 마음이 강했습니다. 물론 20대나 30대의 혈기 왕성한 청년은 그래야 한다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허나 반백년을 살아온 제 입장에서는 제가 원하는 목표에 다른 누구보다 빨리 닿고 싶은 마음은 사라졌습니다. 이미 재주 많고 능력 좋은 사람들은 그 목표에 다 가있거든요. 빨리 가려는 마음을 가지면 이미 늦었다는 생각에 한발짝도 내딛지 못할 상황이지요. 그래서 50대인 제게 빨리 도달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1등이냐 2등이냐는 중요해도 12만 1등이냐 12만 2등이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잖아요. 그 대신 목표에 꼭 도달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졌습니다. 저기 저 목표에 다다라서 둘러보는 풍경은 어떨까? 저기 도착하면 기쁠까? 허망할까? 신날까? 그저 그럴까? 이런 궁금증이 무척 커졌어요.  


새해에는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것입니다. 내 몸과 내 가족과 내 소중한 주변을 다 챙기면서 갈 생각입니다. 빨리 가려고 그 어느 것 하나를 포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남보다 빠르지 않아도 됩니다. 단, 불독처럼 한 번 물어버린 목표를 놓아버리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다리가 묵직하고 마음이 무너져도 반드시 한걸음 앞으로 내딛을 것이라는 결심을 합니다.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내딛다 보면 내가 원하는 곳에 닿으리라 믿습니다.


해가 바뀌어도 세상은 여전히 어려워보입니다. 하여 지금은 어떻게든 한 발이라도 앞으로 내딛는 것이 중요한 시절인 것 같습니다. 


올해는 우리 모두 한걸음 한걸음이 목표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착착착!!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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