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것을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

by 강호

저는 아이폰을 3s 시절부터 사용했습니다. 애플 기기들에 매력을 느낀 저는 아이패드와 아이팟 등을 차례로 구매했지요. 그러다 보니 충전 케이블을 3~4개 가지고 있게 되었습니다. 그 케이블들을 모두 사용해서 충전이 필요하거나 컴퓨터와 연결이 필요한 곳에 놓아두면 편리했을 테지만 저는 가급적이면 케이블 한 개를 가지고 여기저기 가지고 다니면서 사용했습니다. 그게 끊어지거나 고장 나면 나머지 3~4개의 케이블 중 하나를 꺼내어 쓸 생각이었던 것이지요. 지금도 그렇지만 애플의 여러 액세서리나 주변용품들은 비싸거든요.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이폰 4, 아이폰 4s, 아이폰 5를 건너뛰고 아이폰 5S를 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라? 케이블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기존의 충전 케이블을 아이폰 5S에서 사용하려면 특정한 젠더를 끼워야 하게 바뀌어 있었던 겁니다. 그때까지 저는 여전히 1개의 충전 케이블을 들고 다니면서 사용했고, 나머지 3~4개의 케이블은 책상 서랍 속에 고스란히 잠들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나중에’ 사용할 거라고 아껴놓은 케이블은 별 필요가 없는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비싸고 귀한 것은 ‘나중에’ 잘 쓰기 위해 아껴두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장인어른에게 선물 받은 값비싼 만년필, 결혼 예물로 산 명품 시계 등은 책상 서랍과 장롱 속에서 지금껏 잠자고 있었습니다. 값비싼 전자제품도 몇 번 써보지 못하고 먼지만 쌓여가는 경우가 꽤 됐습니다. '나중에' 써야지 하다가 신상품이 골동품이 되어 있었습니다.


소중한 것을 아끼는 방법은 이런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작고하신 장인어른이 결혼할 때 선물로 주신 몽블랑 만년필을 서랍 깊은 곳에서 꺼냈습니다. 장인어른의 말씀이 기억납니다.


"지금 자네는 새끼 작가이지 않은가? 그래서 세필 만년필을 준비했네. 겸손한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적으라고 말일세. 나중에 자네가 유명한 작가가 되면 그때는 내가 굵은 펜촉의 만년필을 또 선물할 테니, 아끼지 말고 사용하게나."


그 말씀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괜스레 만년필을 서랍 깊은 곳에 넣어두는 바람에 좋은 글을 많이 못썼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는 늘 가지고 다니며 좋은 아이디어들을 기록해야겠습니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니 다른 소중한 것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우정도, 사랑도, 가족도, 꿈도, 젊음도, 다 그런 것이 아닐까요? 소중한 것, 소중한 사람일수록 한 번 더 만나고 한 번 더 안아보고, 한 번 더 꺼내보고 닦아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중한 것을 아낀다는 것은 ‘나중에’라고 미루어 두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한 번 더 만나는 것일 겁니다. 혹시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 소중한 사람, 오늘 찾아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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