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기에 있습니다.

- '과거와 미래라는 마음의 감옥'을 탈출하는 주문

by 강호

“이따금 우리는 과거를 후회하고 슬퍼하는 감정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오래된 기억과 경험을 다시 떠올리며 이미 겪었던 고통을 반복해서 경험합니다. 이렇듯 우리는 과거라는 감옥에 쉽게 갇혀버립니다.

미래를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 사람은 과거에 얽매이는 것처럼 미래에 붙잡힙니다. “


이런 대목을 예전에도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습니다. 젊고 어렸으니까요. 그런데 어느덧 삶의 반환점을 돌고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종착점이 가까워진다는 느낌이 들 때부터 과거라는 감옥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잘못된 선택에 대한 후회, 무심히 흘려보낸 인연에 대한 회한, 더 이상 갚을 길 없는 아버지의 사랑, 그리고 게을리 흘려보낸 시간... 과거의 감옥에 사로잡혀 지나간 것들을 그리워하고 추억하느라 현재를 또 소진하게 됩니다. 지금 그렇게 흘려보낸 현재를 나중에 또 후회하게 될 텐데 말이죠.


그런 과거의 감옥을 간신히 탈출하면 이번에는 미래라는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컴퓨터 하나 제대로 못 다루는데 세상은 모바일 혁명을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든다 합니다. 인공지능이 우리의 직업을 모두 대체할 것이라고 하고요. 미국과 중국은 패권 경쟁, 무역 경쟁을 벌이며 그 여파로 세계 경제가 위태로울 거라고 합니다.


거창한 것 들여다볼 것 없이 주변을 둘러보면 어느 틈에 '임대'가 나붙은 건물들이 많이 보입니다. 사람들은 온라인 마켓으로 흘러들어 가고 거리의 상점은 점점 더 힘이 듭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무사한 걸까, 나의 일자리는 안녕한 걸까. 그런 걱정이 듭니다.


게다가 몸은 여기저기서 신호를 보내옵니다. 치과에 갈 일이 많아지고 조금만 무리했다 싶으면 여기저기 쑤십니다. 담배에서 절로 손이 멀어지고 술잔을 입에 대기 싫어집니다. 다가올 세상에 대한 끊임없는 불안과 두려움, 그게 미래라는 감옥이겠지요.


그래서 지금 나이에 읽는 틱낫한 스님의 책은 절절합니다. 뻔한 공자님 말씀이 아니라 어떻게든 감옥을 빠져나가고 싶은 수인의 심정으로 읽게 됩니다.


“나는 여기에 있습니다”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그것은 ‘나는 존재합니다. 나는 정말로 여기에 있습니다. 과거, 미래, 생각과 같은 소음에 길을 잃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여기에 존재합니다’라는 뜻입니다.”


- 틱낫한 <<소음으로 둘러싸인 세상에서의 침묵>> 중에서


스님의 책에서 이런 구절을 읽고 마음에 새겼습니다.


아직 수양이 부족하여 '여기에 있는다는 것', '현재를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주문처럼 마음에 새겨놓고 어떻게든 현재를 살아가자고 다짐합니다.


그것은 아마도 현재 존재하고 있음에 감사하고 내 주변에 존재하는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아닐까 어렴풋이 짐작합니다.


더 늦기 전에 현재를 살아보겠습니다. ‘여기’에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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