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 계발서를 읽는 이유는 따로 있다.
조금 교양 있고 지식이 많은 분들은 거의 대부분 자기 계발서를 싫어합니다. 아예 경멸하며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라고 하는 글까지 읽어 본 적이 있습니다. 아무리 싫어도 본인이 그렇게 하는 건 좋으나 남들에게까지 권할 필요야 있겠나 싶었습니다. 이유는 뻔하다는 겁니다. 뻔한 교훈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팔아먹는 상품에 지나지 않으니, 그것을 읽는 시간은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는 것이지요. 그 시간에 더 깊이 있고 더 중요한(?) 문제를 다룬 책을 읽으라는 충고가 항상 함께 곁들여집니다. 아마도 쉽고 대중적이고 많이 팔린다는 이유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간혹 황당하거나 상당히 질이 떨어지는 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종종 자기 계발서 비슷한 책을 쓰기도 하고 브런치에 자기 계발적인 내용이 담긴 글을 자주 쓰는 제 입장에서는 좀 거북한 견해입니다.
저는 좀 생각이 다르거든요. 저는 자기 계발서를 자주 읽는 편입니다. 아시다시피 자기 계발서는 읽기가 쉬워서 일주일에 한 권 정도를 충분히 읽을 수 있습니다. 이유가 있어요. 저는 책마다 그 책을 읽는 이유가 조금씩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재미와 감동과 세상을 보는 시각의 확장 이런 것들이지요. 그중 으뜸은 재미입니다. 세계 명작들에는 시대를 통과하면서 여러 평가가 더해져 의미와 감동이 담겨있다는 후광이 생겼지만 그 명작들도 태어났을 때는 독자들에게 재미있는 책으로 다가갔습니다. 소설은 재미라는 니즈를 충족시킨다면 좋은 책이지요.
또 실용서는 실용적 정보를 얻기 위해 읽습니다. ‘~하는 법’을 알기 위해서 읽는다고나 할까요. 무언가를 하는 방법을 알기 위해 접하는 책입니다. 그와 같은 니즈를 잘 충족시켰다면 좋은 실용서이지요.
그럼 자기 계발서는 왜 읽을까요. 일반화시키기는 제 깜냥으로는 무리고요. 제 경우에는 결심의 환기와 강화를 위해 읽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작심삼일을 한 번쯤은 경험해보았을 것입니다. 마음먹은 일을 단번에 해내는 사람은 전 인류의 1% 미만일 것이고 나머지 일반적인 사람들은 일정한 동기부여나 관리가 주기적으로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인간은 그만큼 나약한 존재인 것이죠.
그래서 수많은 보습학원이나 입시학원의 광고 전단지나 온라인 광고를 보면 ‘엄격한 관리’를 장점으로 내세우는 것을 왕왕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영어학원에서는 ‘멱살 캐리’라는 용어도 쓰더군요. 멱살을 잡고 영어시험 점수를 끌어올려주겠다는 뜻이지요. 구루미 카페에 가보거나 유튜브를 조금만 탐색해봐도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 웹캠으로 실시간 전송하는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인터넷에 자신을 노출함으로써 스스로를 관리하기 위해서입니다.
자기 계발서는 이처럼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데 나약한 사람들을 위한 결심 상품이자 위안 상품이고 격려 상품입니다. 원하는 바를 이루려고 스스로 찾는 동기부여 장치이고, 무언가에 걸려 쓰러지거나 낙심하거나 했을 때 선택하는 위로 장치입니다. 자기 계발서의 용도는 여기에 있는 것이죠. 다른 책들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해서 쓰레기통에 처넣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은 그래서 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건 전 인류의 1%도 안 되는, 자기 통제가 확고한 사람이 나머지 99%를 향해 그런 것조차 못하냐고 비아냥거리는 것으로 느껴지거든요. 물론 근거 없이 자기 계발서를 욕하는 사람이 그 1%에 든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용도가 다르니 그냥 뒀으면 좋겠어요. 자기 계발서 읽을 시간에 인류의 고전과 마음의 양식이 되는 책을 읽으라는 충고는 잘 알겠습니다. 충분히 경청할 부분도 있지요. 그러나 제 경험으로는 그 두 가지가 대체 관계가 아니라 보완관계인 듯합니다. 자기 계발서를 읽지 않으면 인류의 고전이나 흔히 말하는 ‘양서’를 읽게 되는 게 아니라 아예 책을 안 읽게 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반면 자기 계발서를 읽다가 책에 흥미가 생겨 대단한 독서인으로 거듭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간만에 책 좀 읽으려는 이에게 ‘그깟’ 자기 계발서 ‘나부랭이’는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서울대 추천 고전 100선’이나 읽으라는 준엄한 ‘훈장질’이 사람들로 하여금 책에서 멀어지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삶을 위해 내가 필요한 책을 읽는 사람에게 그런 폭력적인 표현은 정말 마땅치 않습니다. 정 잘못된 길인 것 같으면 진짜 좋은 책을 추천해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고요.
저는 지금도 자기 계발서를 즐겨 읽습니다. 세상사에 부대끼며 힘들었던 마음을 위로받은 적도 많고요. 곧바로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힌트를 얻은 적도 많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꿈의 먼지를 털게 되었던 때도 물론 많았지요. 자기 계발서는 이런 용도로 읽는 책입니다.
혹여 자기 계발서 가운데 품질이 떨어지는 책을 만나더라도 그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이 있습니다. 그 과정을 통과해야 양서를 향해갈 수 있거든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고 배웠습니다. 많이 넘어져봐야 스키나 자전거를 배울 수 있지요. 근데 유독 책만큼은 그러지 말라고 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냥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우리에게 자기 계발서 읽기를 허하라. 진짜 인생과 삶을 위한 독서의 길은 우리가 알아서 찾아가겠다.’
이렇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