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말도 매일 들어야 머리에서 익는다
스롱 피아비.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시집왔다가 우연한 기회에 당구의 재능을 발견해서 당구선수가 된 인물입니다. 그녀의 인터뷰(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05/2019040501941.html)를 흥미진진하게 읽다가 이런 대목을 발견했습니다. 기자가 스롱 피아비에게 당신의 목표를 묻고는 그 대답이 너무 상투적이라고 지적했을 때 그녀가 정말 촌철 같은 대답을 했지요.
“그거 아세요? 같은 말도 매일 들어야 머리에서 익어요.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가 평범하게 들리겠지만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말입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낸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이런 말을 들으면 온몸이 전율하는 듯합니다. 사실 우리는 ‘안다’는 것 때문에 너무도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이 둘의 차이는 정말 넓디넓은 대양이 가로지르고 있는 것만큼이나 큽니다. 하지만 아는 사람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사람을 보면 한 끗 차이로밖에 느껴지지 않지요.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겁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막상 해야 할 때가 되면 그 차이가 망망대해 같이 느껴지는 것이지요.
저는 간혹 유튜브를 보면서 간단한 프로그램 사용법들을 배웁니다. 최근에 엑셀 프로그램을 써야 할 일들이 종종 생겨서 유튜브 영상을 매일 조금씩 보면서 익히고 있는데요. 이게 참 신기합니다. 영상을 볼 때는 너무나 쉬워서 이걸 내가 보고 있어야 하나 싶은데요. 보고 난 뒤에 프로그램을 스타트하고 막상 예제를 풀어보려면 그 쉬워 보이는 것에서 계속 실수가 있고 잘 안됩니다. 정말 매일같이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천양지차구나 실감합니다.
사실 인생사에서 중요한 덕목 역시 그리 새로운 것들이 없습니다. 인사 잘하고, 성실하게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것, 매일 조금씩 나아져야 한다는 것 등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요. 그러나 그걸 알기만 한다고 삶이 바뀌지 않습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같은 동의 주민을 만났을 때 먼저 고개 숙여 쾌활하게 인사할 수 있느냐가 삶의 풍요로움과 질을 결정할 겁니다.
똑똑한 사람들이 보는 미래는 수많은 가능성들입니다.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은 결국 그 미래를 믿고 시도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 주변에 나에게 잔소리를 해주는 사람은 은인이고 스승입니다. 요즘은 시대가 달라져 쓸데없는 잔소리를 하면 꼰대라고 비난받기 때문에 점점 잔소리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은데요. 주변의 잔소리가 모두 잦아들면 결국 스스로를 움직이게 해야 하는 건 자기 자신밖에 남지 않게 될 겁니다. 이제 돈을 주고 잔소리를 사게 되었지요. '코칭'이나 '관리'라는 이름으로요.
그러고 보니 제가 지금껏 별 탈 없이 살아올 수 있었던 건 어머니의 잔소리 덕분이었던 것 같네요. 다만, ‘야채를 많이 먹어라, 밤에 라면 먹지 마라, 몸에 안 좋은 인스턴트식품을 멀리해라, 공원 같은 데를 좀 걸어라.’ 이런 종류의 잔소리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는데, 그걸 조금 더 잘 들을 걸 그랬습니다. 요즘 체중 때문에 다이어트하느라 힘들거든요.
‘같은 말도 매일 들어야 머리에서 익는다.’
잔소리의 힘에 대해 가장 잘 정리한 말인 것 같습니다. 이제 아내의 잔소리를 새겨들을 작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