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기록하라!

- 무슨 일이든 지속하는 마법: 기록

by 강호

제게 무언가를 지속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기록’이라고 답하겠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달력에 동그라미를 치면서 기록하는 장면이 종종 나옵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달력에 단지 ‘했다, 안 했다’ 등을 표시하는 것만으로도 기록의 효과는 나옵니다.


헤밍웨이는 벽에다 그날 쓴 원고의 매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자신이 갖춰야겠다고 생각한 13가지 덕목 중 하나를 매주 정하고는 매일매일 지켰는지 못 지켰는지를 점을 찍어 표시했다고 하고요. 한 덕목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다음 자질로 옮겨갔다고 하지요.

제가 예전에 근무하던 회사의 사장님은 당신이 직접 표를 만들어서 운동의 목표나 그날 운동한 내용, 매일의 신체 치수 변화 등을 적어 넣곤 했습니다. 그때 저는 사실 솔직히 뭐하러 저렇게 까지 양식을 만들어 적나 싶었습니다. 귀찮을 것 같았지요. 무엇보다도 무언가를 지속하는 것도 힘든데, 그걸 또 기록하는 것을 ‘지속’ 해야 한다는 게 뭔가 말이 안 되는 듯했습니다.


그러다 자기 계발서나 실용서에서 지속을 위해서 ‘기록’을 강조하는 것을 거듭 접하게 됐습니다. 금연을 위해서는 ‘금연일기’를 적으라고 하고,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식사 일기’를 적으라고 했습니다. 기록하는 자가 생존하는 것처럼 기록하는 자가 지속할 수 있다고 곳곳에서 말하고 있었습니다.


이쯤 되면 실험해봐야 합니다. 그때 만나게 된 앱이 스크리브너입니다. 예전에 브런치 칼럼에서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는 앱입니다. 제가 아이폰 앱 중에서 페이스북 앱만큼이나 오래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앱이기도 합니다. 하루에 해야 할 일을 6가지에서 12가지 정해두고, 해당 항목을 수행했으면 원형의 아이콘을 눌러서 표시하는 아주 간단한 앱이지요.


그런데 이 단순한 앱이 가져다준 효과는 꽤 컸습니다. 대체로 연초에 정한 ‘올해의 목표’는 3일을 넘지 않는 법인데, 앱을 사용한 뒤로 상당히 오랜 지속기간을 거쳐 지금은 거의 습관이 되었습니다.


이 앱을 사용하다 보면 묘한 강박이 생깁니다. 오늘치 목표를 수행했다는 표식을 남기고 싶다는 강박, ‘스트릭’이라고 하는 ‘연속 수행 기록’을 늘려가고 싶다는 강박 말입니다. 달력에 계속 0표를 하다가 중간에 x를 넣고 싶지 않다는 강박도 생깁니다. 이와 같은 ‘심리적 관성’과 ‘완성에의 열망’이 지속을 만드는 힘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무언가를 지속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기록’을 권합니다. 요즘은 ‘눔 다이어트 코치’라는 앱으로 식사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체중을 좀 빼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효과는 상당히 큰 편입니다. 지금 한 2주째 매일 먹은 것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걸 시작하고부터 먹는 양을 더욱 신경 쓰게 됐습니다.


제일 먼저 효과가 온 건 섭취하는 커피의 양입니다. 저는 커피를 습관적으로 마셔왔던 터라 하루에 7~8잔, 많게는 10잔도 마셨었습니다. 원래 혈압이 높은 체질인데 그러다 보니 170까지 혈압이 올라가기도 했지요. 스스로 측정을 해봐도 너무 높았습니다. 저는 커피를 좀 줄여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식사량 기록을 하면서 커피의 섭취량도 기록을 했습니다. 3잔을 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기록을 하면서부터 3잔을 어지간해서는 넘기지 않고 있습니다. 덕분에 혈압도 140대로 떨어졌고요.


체중 감량 효과는 아주 빠르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기록을 하고 나서 별도로 헬스클럽을 다닌다거나 끼니를 거른다거나 하지 않았음에도 2.5킬로그램이 줄었습니다. 간식과 야식의 섭취가 극명하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식사량을 기록하면서 제가 얼마나 무의식적으로 많은 것을 입속에 집어넣는지 깨닫게 됐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습관적으로 냉장고를 열어 콜라 한 잔을 들이켜고, 커피를 마시면서 거의 기계적으로 작은 과자를 먹고 있었습니다. 회사에서는 각종 사탕과 과자, 젤리 등을 틈나는 대로 먹었고요. 그런데 그런 자잘한 음식물 섭취의 기억은 머릿속에서 아주 빠르게 잊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항상 ‘난 뭐 먹는 것도 없는데 이렇게 계속 살이 찌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그런데 막상 기록해보면 살이 찔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신경 쓰지 않으면 하루에 필요한 칼로리보다 금방 수천 칼로리를 오버해서 먹어치웠으니까요. 꼭 배가 터지도록 먹어야 살이 찌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됐습니다. 끊임없이 먹는 게 더 살찌는 원인이 되는 듯했습니다.


왠지 이번 다이어트는 장기전이 될 기세입니다. 몇 달 안에 원하는 체중에 도달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요요현상 없이 아주 천천히 체중을 줄여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운동과 식사관리를 지속시켜 줄 방법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무언가를 지속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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