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스마트폰을 허하라

- 스마트폰은 이미 신체의 일부가 되었다

by 강호

아이들이 모두 중학생이 되고, 큰 아이가 내년이면 고등학생이 될 때가 되자 스마트폰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이의 눈은 언제나 작은 스마트폰의 화면 안에 꽂혀있을 때가 대부분입니다. 웹툰을 보고 있거나 게임을 하고 있거나 유튜브 영상을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톡을 하며 키득거리거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옛 사람인 제 기준으로 보면 하루 종일 시덥지 않은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꾸 잔소리를 하게 됩니다. 정도가 지나치면 뺐고 싶어집니다. 그 시간에 책을 보든지 수학 문제집을 풀든지 했으면 좋겠습니다. 간혹 보면 고등학생들은 대학입시 준비를 위해서 스마트폰 대신 전화 기능만 되는 2G 폰을 쓰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제 아이들도 그렇게 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인지 고민스러웠습니다. 차분히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이들에게 맡기기로요. 이유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스마트폰은 이제 제2의 신체가 됐습니다. 나이 든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팩트를. 스마트폰으로 찾아보지 않고 서로 자기 말이 맞다고 논쟁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젊은 사람들은 그러지 않습니다. 바로 검색해서 찾아봅니다. 팩트에 대한 논쟁이 필요 없습니다. 인간의 생물학적 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정보의 양과 정보 처리 속도를 가진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거대한 뇌가 손에 들려 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은 인간의 능력을 높이 끌어올립니다. 언제든 필요한 물건을 구매할 수 있고 떠오른 아이디어를 메모할 수 있습니다. 친구들에게 동영상이나 사진을 실시간으로 공유해줄 수 있습니다. 당연히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을 수도 있고요. 저금을 할 수도 있고 주식에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는 도구가 스마트폰이란 이름으로 우리 손에 들려있습니다. 컴퓨터와는 달리 거의 내 몸처럼 지니고 다닐 수 있습니다. 아니 거의 몸에 가깝습니다. 손에 들고 다니는 제2의 뇌이자 인체 확장 도구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이걸 두고 다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공부해야 한다는 이유로? 그렇다면 대체 공부란 무엇일까요. 저희 세대의 기준에 따라 영어단어나 하나 더 외우고 수학 문제 하나 더 푸는 것이 공부일까요? 저는 구한말을 떠올려봅니다. 그 시절 어른들은 아이들이 신식학교 가는 것을 기를 쓰고 말렸었습니다. 지금은 아이들이 영어공부를 하면 부모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하지만 구한말에는 집안 말아먹을 일, 상놈들이나 하는 일이었다. 그 결과는 우리가 아는 대로지요. 과거의 지식인 유학을 계속 공부한 사람과 새로운 세상의 지식인 신식 학문과 영어를 공부한 사람, 둘 중에 어느 쪽이 세상의 주역이 되었는지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세상의 변화는 억지로 막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공부의 종류는 너무도 다르고요.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어 가는 지금 정말 중요한 학습의 대상을 좀 더 신중한 마음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대학에 가기 위한 국영수 과탐 사탐도 물론 중요하지요. 그러나 그것을 위해 다른 모든 경험, 특히 디지털 경험을 아이들에게서 몰수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요즘 모든 회사들은 지금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등의 화사에서 과연 국영수 사탐 과탐을 잘하는 학생을 뽑을지 디지털 기술을 내 몸처럼 사용하며 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잘 이해하는 학생을 뽑을지는 자명한 것 같습니다.


저는 스마트폰을 아이들에게 여전히 맡겨두기로 했습니다. 대신 아이들이 어리석은 방식으로 사용하지 않고 생산적인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는 쪽이 더 낫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금지나 박탈은 저의 불안을 달래고 제 자신의 편리함을 위해 손쉽게 선택하는 방법인 것 같았습니다. 정말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스마트폰의 박탈이 아니라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인 것이니까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