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뭉치기'

- 자기 발전을 위한 시간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by 강호



변신을 꾀하는 사람에게는 항상 시간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위해서건, 필요한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건 대개는 집중해서 사용할 수 있는 1~2시간의 뭉텅이 시간이 필요하지요. 문제는 직장을 다니는 성인이 하루에 1~2시간을 뭉텅이로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성인들 중에는 억지로라도 자기 계발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학원에서 필요한 과목을 수강하는 분들도 있지요. 사실 이렇게 스스로를 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으로 몰아넣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목표한 바를 강력한 의지로 관철해내는 사람은 흔치 않잖아요.


그런데 저는 학원을 좀 싫어하는 편입니다. 1~2시간의 수업을 들으러 최소 1시간 이상의 오고 가는 시간을 들이는 게 너무 비효율적으로 느껴져서요. (물론 ‘비효율적’이라고 쓰고 ‘게으르다’라고 읽는 게 맞겠지만요. 오프라인 학원을 다닐 만큼 부지런하지 못합니다ㅠㅠ) 게다가 배우고 싶은 것도 너무 많아서 그걸 다 학원을 찾아다니려면 시간과 비용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집니다. 저는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와 일본어에도 관심이 많고 기타 연주도 취미로 더 잘하고 싶고 태권도도 계속 수련하고 싶고 그렇거든요. 하고 싶은 일, 배우고 싶은 일이 차고 넘칩니다. 결국 ‘독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튜브를 뒤져보니 좋은 선생님들의 훌륭한 강의가 너무도 많았습니다. 그것도 무료로 제공되는 강의들이요. 아주 간단하게만 예를 들면, 저는 영어 회화 공부는 <<영어회화 100일의 기적>> 유튜브 강의로 합니다. 저자가 1일 치 씩을 강의 형태로 만들어 놓아서 공부하기 편했습니다. 일어 회화 공부는 <<일본어 회화 100일의 기적>>의 저자분이 만든 팟캐스트 방송으로 합니다. 이건 유튜브에는 100일 치가 다 만들어져 있지 않거든요. 반면에 팟빵의 팟캐스트에는 100일 치가 다 제작되어 있어서 팟빵으로 듣습니다. 중국어 회화는 ‘카일 중국어’나 ‘대마 중국어’ 같은 유튜브 방송을 이용하고요. 기타 선생님들도 많습니다. ‘그랩 더 기타’ 같은 채널이나 ‘어썸 기타’ 같은 채널을 이용하면 좋은 강의들을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이제 배울 기회가 없어서 못 배웠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 시대가 된 것 같네요. 좋은 교육 콘텐츠가 정말 많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요.


문제는 ‘시간’과 ‘의지력’입니다. 제 경우에는 직장에서의 ‘업무 시간’과 집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고정된 시간입니다. 줄일 수 없는 시간이에요. 생계와 화목을 위해서요. 그 시간들을 빼고 남는 시간을 활용해야 하는데 그것 역시도 제가 원하는 ‘학습’ 시간으로 돌려지지 않더라고요. 뭔가 하루의 고된 노동에 대한 보상 심리가 작동해서인지 영화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보게 되더군요. 친구와 한 잔 하기도 해야 하고요. 젊을 때는 빨리 무언가를 배워서 사회에 나가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지만, 저처럼 50을 바라보는 직장인은 빨리 해야 한다는 절박함보다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강합니다. 그러니 강한 의지로 필요한 학습시간을 만들어 내기보다는 하루하루의 피로와 불안감을 잊을 인스턴트 즐거움에 빠져들게 되지요. 그러다 보면 학습은 자꾸 하루하루 미루게 될 뿐입니다. 부끄럽지만 제가 정말 자주 쓰는 말이 ‘해야 되는데...’가 되어 버렸지요.


그래서 저는 ‘시간 뭉치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1~2시간의 몰입을 할 시간과 환경이 안 된다면 하루에 단 5분이나 10분이라도 버려지는 시간을 활용하기로 한 거죠. 사람 마음이 간사해서 1시간 해야 된다고 하면 엄두를 못 내는 일도 딱 10분만 하자고 하면 그건 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드니까요. 우선 하루 일과 중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시간을 체크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시간이 출퇴근 시간과 큰일(?) 보는 시간입니다. 저는 출근시간에는 영어회화와 중국어 회화, 퇴근시간에는 일어회화를 조금씩 공부하기로 했고, 큰일 보는 시간에는 책을 읽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일상의 시간들을 학습과 연결시켰습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는 책 읽기, 샤워하기 전에는 간단한 맨손체조, 잠자기 전 명상, 이런 식으로요.


‘시간 뭉치기’의 결과는 개인적으로 썩 만족스럽습니다. 다 합쳐봐야 1~2시간 정도밖에 안 되는 학습 시간이지만, 그렇게 스스로를 관리한다는 느낌이 뿌듯한 자존감을 가져다주는 것 같습니다.(‘나, 관리하는 사람이야~’ 이런 느낌이 드는 거죠.) 그리고 아주 조금씩이지만 실력이 늡니다. 조급한 사람들에게는 속 터질 일이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수준을 기대한다면 썩 훌륭한 방법입니다. 하루에 1센티씩 자라는 방식이랄까요.


게다가 이렇게 가만히 시간을 뭉치고 있다 보면 어느 때에는 ‘집중’해서 빠져들어야 하는 시간이 옵니다. 저 역시도 평소에는 조금씩 조금씩 글을 쓰고 메모했던 것이 뭉쳐져서 책의 형태로 출간되기로 결정되었을 때에는 ‘시간 뭉치기’가 아니라 별도의 작업 시간을 할애해서 일을 매듭짓게 되더군요. 그런 면에서 보면 ‘시간 뭉치기’는 일종의 ‘웜업’ 과정이 되기도 할 겁니다. 필요할 때 전력 질주할 수 있도록 몸을 데워놓는 것이죠.


이 글을 읽게 되실 분들도 오늘 하루, 아주 작은 시간 뭉치기의 씨앗을 만들어 보시지요. 커다란 유리병 속에 쓰다 남은 동전을 넣는다는 기분으로요. 부담 없이. 시간이 흐른 뒤에 그 유리병이 꽉 찬 기쁨을 누리게 되지 않을까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