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없음’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 성장이 정체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

by 강호

제가 겪어본 바로는 성장의 가장 큰 장애물은 제 안에 있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성장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반드시 ‘아무것도 바뀌는 게 없네?’하고 느껴질 때를 만나게 됩니다. ‘이렇게 미미하게 발전한다면 죽기 전까지 제대로 써먹기나 하겠어?’ 이런 회의가 생기고요. ‘이럴 거면 뭐하러 아까운 시간을 죽이고 있나. 차라리 그 시간에 재미있는 것 보고 놀자.’ 이렇게 자신과 타협하게 됩니다. 정말 ‘변화 없음’의 순간을 만나면 계속 나아가기가 어렵더군요.


그러다 보니 아주 오래전 매일 일정한 시간을 공부해야 했던 고3과 재수 시절이 떠오릅니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지옥 같았던 시기지요. 너무 열심히 공부해서가 아니라, 똑같은 매일매일의 반복이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공포 때문에 지옥처럼 느껴졌던 겁니다. 숨이 막혔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공부를 해도 점수가 잘 오르지 않으면 더욱 짜증이 납니다. 울고 싶어 지죠. 간혹 대학에 입학한 친구들의 소식을 들으면 더 괴롭고요. 친했던 친구들은 대학 신입생 시기를 한껏 누리고 있는데 저는 닭장 같은 재수 학원 교실에 웅크리고 앉아 있어야 하는 것만도 짜증 나고 힘든 일입니다. 거기에 원하는 만큼 실력이 느는 것 같지도 않으면 정말 힘이 듭니다.


하지만 저는 재수가 끝날 무렵 알았습니다. ‘변화 없음’의 시기가 반드시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라는 걸요. 그 지루한 '변화 없음'의 시기를 거치고 난 뒤 폭발적인 성장의 시기를 겪게 되었거든요. 지루한 정체기를 지나면 폭발적인 성장을 맞이한다는 경험을 하게 됐던 겁니다.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예전에 일본 오사카의 작은 마을에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그 마을에 있는 작은 항구에는 재미있는 장치가 있었습니다. 배를 바다로 내보내기 위해 수문 안에 물을 일정하게 채워서 수위를 올리는 장치였습니다. 배가 두 수문 사이에 들어가면 그 독 안으로 물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하지만 수위는 아주 천천히 오르더군요. 좀 지겨울 정도로요. 저는 그 지루한 시간이 마치 우리가 성장할 때 겪는 ‘변화 없음’의 시기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바로 실력을 채우고 있는 시간이지요. 그런 때일수록 더욱 노력하고 정진해야 세상에서 써먹을 만한 실력을 갖추게 되겠지요. 마침내 배가 바다로 나갈 수 있는 정도의 수위에 오르게 되는 것처럼요.


일상을 살아가며 무언가를 준비하거나 공부하는 분들도 이런 시기를 다 겪어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문제는 수험생이 아닌 사회인은, 그리고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는 분이라면 이런 ‘변화 없음’이라는 장애물을 만났을 때 쉬운 해결책이 있다는 것입니다. 놓아버리는 거죠. ‘난 안돼, 재능이 없나 봐’, 이렇게 말하면서요. 저도 한때 그랬습니다. ‘내가 무슨 영화를 누리려고...’ 이러면서 잠시 ‘깔짝’했던 일이나 공부에서 손을 떼 버리고 말았지요. 편안했습니다.


근데 얼마간 그런 편안함을 누리다 보면 슬그머니 불안이 올라옵니다. 정체되어 있는 느낌이 목을 조여 오지요. 제일 견디기 힘든 건 제 스스로가 안다는 겁니다. 변화를 내부에서 길어 올리지 못하면 반드시 외부로부터 강제될 것이라는 걸요. 제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상은 빠르게 바뀔 것이고 제가 가지고 있는 역량이나 가술은 빠르게 노후화될 것이라는 점을 어렴풋하게는 알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다시 던져놓았던 책을 슬그머니 펼치게 됩니다. 다시 시작인 거죠.


그래서 저는 뭔가 배워나갈 때, 혹은 책을 써나갈 때, 정체되어서 답답한 느낌이 들면 재수 시절을 떠올립니다. 그 시절 그 ‘변화 없음’을 간신히 견뎌낸 뒤 찾아온 폭발적인 성장을 떠올리면 현재의 답답함을 이겨내는데 도움이 되거든요.


지금 ‘변화 없음’의 단계를 거치고 있다면 ‘지금 나를 높여줄 독에 물이 차오르고 있구나’, 이렇게 생각하세요. 견뎌낼 힘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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