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가지 못하는 건, 천천히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의 기타 실력이 늘지 않는 이유’. 이런 자극적인 제목의 유튜브 영상에 눈길이 갔습니다. 궁금했거든요. 가장 큰 이유야 물론 연습을 많이 하지 않아서이지만 진짜 실력이 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그 영상을 보다가 인상 깊은 말을 들었습니다. 다른 여러 이유가 몇 가지 더 있었지만 제 귀를 사로잡았던 ‘이유’는 바로 ‘천천히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그 유튜버의 설명은 이랬습니다.
‘기타를 배울 때 손가락이 잘 안 돌아가고 소리가 잘 안 나는 경우를 만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럴 때는 연주하는 속도를 확 늦추고 아주 천천히, 그러나 정확히 연습을 한 다음에 익숙해지면 속도를 높여가야 한다. 그런데 대다수의 초보 기타 연주자들은 그렇게 연주 속도를 줄여서 연습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존 속도로 지칠 때까지 반복하다가 포기한다.’
뜨끔, 했습니다. 천천히 해본다는 것을 생각도 못했었거든요. 사실 당연한 건데 말이죠. 생각해보니 어릴 적 영어를 배울 때도 선생님들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 잘 듣고 천천히 따라 해 보세요. 그게 가장 첫걸음이었습니다.
단지 기타 연주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책을 읽을 때도 속도 조절이 필요합니다. 인지 정보학을 연구하는 교수들이 독서력이 좋은 사람들의 안구 운동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안구 운동을 비교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 차이점이 독서력이 좋은 사람들은 안구 운동에 ‘속도 조절’이 있었던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안구 운동은 일정했다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글을 잘 읽는 사람은 읽어나가다가 중요하거나 어려운 부분이 나오면 속도를 줄이거나 멈춰서 이해를 도모한 반면에, 잘 읽지 못하는 사람은 쉽건 어렵건 동일한 속도로 눈을 움직였다는 거죠. ‘나아감’ 사이에 있는 ‘멈춤’이 엄청난 이해도의 차이를 가져온다는 겁니다.
제가 요즘 구경하는 재미를 들인 유럽 축구 경기에서 ‘메시’나 ‘아자르’ 같은 월드 클래스 선수들의 드리블도 비슷하더군요.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들의 드리블에서는 가속과 감속의 놀라운 조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 일상에서도 서툰 부분을 잘 익혀가려면 가속 페달에서 발을 잠시 떼고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훈련을 해야 하는데 그게 왜 그렇게 힘든가 모르겠습니다.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할 때도 무작정 파고들기만 할 것이 아니라 한 발 떨어져서 ‘생각’하는 ‘느림’의 시간이 필요한 건, 잠시 감속하는 동안이 정체되거나 퇴보하는 시기가 아니라, 그동안 배운 것을 정리하고 어려운 부분을 헤쳐 나가는 모색의 시간이기 때문일 겁니다.
앞으로 성장이 지체되거나 스스로가 정체되어 있다고 느껴지면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시도할 작정입니다. 잘 이어지지 않는 머릿속의 시냅스가 연결될 때까지 기타의 지판 하나하나를 아주 천천히 짚어가듯이요.
막힐수록 돌아가는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