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빼고 게임처럼

창의성을 높이는 최고의 조언

by 강호

수영을 배울 때였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물에 뜨지 않더군요. 노련한 수영 강사가 금방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몸에 힘을 빼세요.’


하지만 힘을 빼려고 해도 자꾸 힘이 들어갔습니다. 강사는 저를 따로 불러서 힘을 빼고 물에 둥둥 뜨는 법을 다시 가르쳤습니다. 그게 익숙해지자 자유형을 배웠지요. 이번에는 숨을 쉬려고 하면 몸이 가라앉아서 물을 먹는 게 문제였습니다. 이번에도 강사는 문제점을 금방 발견했습니다.


‘목에 힘을 빼세요. 목을 들지 말고 머리를 물속으로 넣는다고 생각하고 얼굴만 오른쪽으로 돌리고 숨을 내쉬면 됩니다.’


물론 들은 대로 금방 적응되진 않았지만 그 조언대로 하니 한결 쉽게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또 한 번은 야구연습장에 간 적이 있었는데요. 피칭 게임기가 있길래 던져봤습니다. 평소 운동을 좀 한다고 생각했고 팔 힘에도 나름 자신이 있어서 100킬로는 충분히 나오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던져보니 80킬로를 넘지 못하는 거였습니다. 마침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해서 오기로, 악으로 계속 던졌습니다. 그러자 지켜보던 게임장 주인이 다가와서 가르쳐주더군요. 아마추어 선수 출신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던지면 내일 아침에 어깨가 퉁퉁 부을 거예요. 그리고 그런 동작으론 속도가 안 나옵니다.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나무토막 같잖아요. 팔에 힘을 빼고 어깨 팔꿈치 손목 손끝이 자연스럽게 원을 그리며 돌아가도록 던져야죠. 그래야 어깨에 무리도 안 가고 속도도 올라갑니다. 그게 되면 온몸의 힘을 쓰는 연습을 해야 하고요.’


처음 듣는 조언이었기에 당장 완벽하게 적용할 수는 없었지만 확실히 더 적은 힘을 들이고도 비슷한 속도를 뽑아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다음 날엔 게임장 주인의 말대로 어깨가 퉁퉁 부어서 아주 고생을 했습니다. 피쳐들이 투구를 마치고 아이싱을 해주는 이유를 아주 절감했습니다.


사실 거의 모든 운동에서 원하는 목적을 이루려면 불필요한 힘을 다 빼야 합니다. 그리고 꼭 필요한 힘을 아주 정밀하게 행사해야 하지요. 태권도에서 주먹을 내지를 때도 처음부터 힘을 잔뜩 주고 내지르면 펀치가 강하지 않습니다. 힘을 뺐다가 임팩트 순간에 힘을 줘야 합니다. 그래야 초속 중속 종속 중에서 펀치 스피드가 종속에서 가장 강해지게 됩니다.


그런데 제 경험으로는 비단 운동만 그런 게 아니더군요. 일상 자체가 그런 것 같습니다. 제 경우에는 너무 좋은 결과를 내겠다는 각오가 크면 결과가 잘 나오지 않더군요. 물론 꼭, 반드시 해내겠다, 이런 말을 회사의 사장님이나 간부들은 좋아하겠지요. 하지만 좋은 성과를 거두기가 어렵고 혹여 성과가 잘 잘 나오더라도 일하는 사람은 지치고 번 아웃되기 쉽습니다. 잘하려고 하는 마음이 온몸에 필요 이상의 힘을 주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떤 일에 대해 욕심이 생겨 필요 이상의 힘이 들어가는 것 같으면 예전 멘토의 조언을 떠올립니다. 저의 멘토는 제게 일을 ‘힘을 빼고 게임처럼’ 생각하라고 조언하곤 했습니다. 물론 비즈니스는 치열한 전쟁터 같은 현장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면 죽는 전쟁이 아니라 누구의 전략과 전술이 훌륭한지를 견주어 보는 게임이라 생각해야 머리가 유연해지고 부담감 없이 일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현대 축구에서 최고 공격수의 자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적인 플레이입니다. 수비수들이 미리 준비해놓은 수비 대형을 일순간 무너뜨릴 수 있는 창의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들이 A급입니다. 그들이 어마어마한 연봉을 받는 이유지요. 유럽 정상급 리그의 감독들은 후방에서 빌드업을 해서 미드필드를 거쳐 전방까지 이어지게 하는 과정에는 치밀한 전략과 전술을 담습니다. 그러나 상대편 골대 근방의 최전방에서는 창의적인 선수들의 플레이에 맡깁니다. 상대의 치밀한 수비 조직력은 바로 그 창의적인 플레이로만 뚫릴 수 있으니까요. 그런 A급 선수들은 강압과 강제, 실패에 대한 처벌, 성공에 대한 부담으로 키워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축구를 게임으로서 진정 즐길 때 창의적인 플레이가 가능해진다는 것이지요.


힘을 빼고 게임처럼!


이 조언이 제 마음 깊은 곳의 창의성을 불러일으키는 주문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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