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 위해 운동하고
놀기 위해 공부한다

- '10분 대학'의 철학

by 강호

대학시절 동기 중에 YJ는 가끔 저를 만나면 묻습니다.


“니 씨름 하나?”


놀리는 거지요.


“태권도 도장 다닌다니까.”


“와, 근데 유도나 씨름 선수 같다.”


이럽니다. 사실 제 몸매가 태권도 선수들처럼 날렵하다기보다는 유도나 씨름하는 선수들과 비슷한 형태이기는 합니다. 저는 태권도를 6년 정도 수련했습니다. 예전에 스트레스가 아주 심할 때 태권도를 만나서 몸도 마음도 많이 튼튼해졌습니다. 그럼에도 체형은 별로 변함이 없습니다. 운동의 이유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솔직히 말하면 먹기 위해 운동합니다.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살이 찌면 결국은 세상에 널린 맛있는 것을 먹지 못하게 될 테니. 적당한 운동으로 관리해주는 겁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저는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합니다. 한마디로 놀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4인 가족의 가장입니다. 기본적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제 나이 또래의 대다수와 마찬가지로 월급쟁이입니다. 50 넘어서까지 월급쟁이를 하려면 자신의 쓰임새를 계속 키워야만 합니다. 아주 조금씩이라도 해가 갈수록 연봉은 오르기 마련이지요. 나이 50쯤 되면 받는 월급이 같은 쥐꼬리 중에서는 꽤 긴 쥐꼬리가 됩니다. 꽤 많아집니다. 그런데 그 월급에 비해 회사에 끼치는 공헌도가 제자리라면 결국 회사는 보다 젊고 값싼 인력을 쓰고 싶어 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가 많아진 월급쟁이는 더더욱 자기 계발에 힘써야 합니다. 이삼십 년 전의 지식과 기술로 회사에서 버틸 수는 없습니다. 경험과 짬밥으로 일하려들면 그 순간 꼰대가 됩니다. 게다가 요즘에는 회사들도 서서히 관리자를 없애고 모두가 실무를 뛰는 방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자기 계발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하루 8시간에서 야근이 있는 경우 10시간에 가까운 회사일을 마치고 나면 자기 계발을 할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퇴근 후와 주말뿐이지요. 독신이라면 자신의 미래를 위해 퇴근 후와 주말을 바쳐 자기 계발을 하겠지만 저희 같은 중년의 가장은 가족들과의 시간이 중요합니다. 저녁이 있는 삶을 그토록 사회에서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회사일 만으로도 가족을 볼 시간이 없는데, 자기 계발은 언감생심입니다.


또한 중년도 놀고 싶습니다. 마흔이 넘어갔을 때 문득 지난 세월이 아쉬웠던 적은 없었나요? 지난 청춘, 충분히 삶을 보람 있게 보냈습니까. 문득문득 마음속에서 삶의 중간결산이 의도치 않게 행해집니다. 그때 늘 제 손에 남는 성적표는 아쉽습니다. 크게 성공하지도, 쏠쏠하게 부를 축적하지도 못했으면서 평생을 즐길 취미 하나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마흔을 넘기면 사람들이 딴짓을 많이 합니다. 안 타던 자전거라도 꺼내서 탑니다. 제가 태권도를 시작한 시기도 딱 마흔을 넘기면서부터입니다. 더 젊었을 때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추구하지 못한 아쉬움 때문일 겁니다. 동시에 앞으로 3-4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취미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취미를 추구하는 것이겠지요.


대강 사정이 이렇습니다. 해야 할 일은 많은 데 시간이 없습니다. 쉴 새 없이 바뀌는 세상이기에 공부를 해야 하고 하나뿐인 인생이기에 놀기도 놀아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가족과 행복한 추억도 쌓아야 하고요. 인생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특정한 시기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습니다. 그걸 놓치면 또 후회가 쌓일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중년의 제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역시 공부는 자투리 시간에 하는 게 제 맛입니다. 하루에 의미 없이 흘려보내기 쉬운 시간을 뭉쳐서 자기 계발 시간에 쓰도록 하는 겁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의미 있게 놀거나 쉬는 것이지요.


저는 그렇게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필요한 공부를 해나가는 자기 계발 방식을 ‘10분 대학’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약간 유치해 보이지만 그렇게 이름 붙인 이유가 있습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직장인들이 진로 변경이나 자기 계발을 위해 야간 대학에를 많이 갔습니다. 그보다 더 형편이 좋은 친구들은 미국이나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숫자가 많이 줄었습니다. 예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산업이 재편되고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주식시장의 시세표처럼 늘 변화합니다. 이제는 상시적으로 공부가 필요하지요. ‘대학’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그런 의미, 변화된 세상을 위한 새로운 개념의 대학이라는 의미로 이름 붙인 겁니다.


‘먹기 위해 운동하고 놀기 위해 자투리 시간에 공부한다’는 바로 그 10분 대학의 기본이 되는 철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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