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뽀모도로 기법과 타임 타이머
직장에서의 일은 참 묘합니다. 당장 코앞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 집중해야 하는데 그럴 때를 귀신 같이 알고 회의가 잡힙니다. 간신히 회의를 끝내고 밀린 일을 처리하려 하면 이번에는 업무 관련 전화가 와서 또 흐름이 끊깁니다. 한번 무너진 집중력은 마음처럼 쉽게 갖춰지지 않고 잠시만 들여다보겠다던 sns에 사로잡혀 3-40분이 훌쩍 지나갑니다. 회사에서 일에 집중을 방해하는 것은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얼마 남지 않은 마감에 대한 불안과 짜증 역시 스멀스멀 뇌 속의 뇌수를 파고 들어와 정신을 흐트러뜨려 놓습니다.
잘 관찰해보면 회사에서의 업무시간에 집중력을 조금만 더 높여도 불필요한 야근 시간을 많이 줄일 것 같았습니다. 회사에 오래 앉아있기보다는 집중력 있게 일을 처리하고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라는 쪽으로 세상도 변화해가고 있는 만큼, 저도 시간 활용을 잘해 볼까 하고 이리저리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뽀모도로 기법입니다. 사실 이 기법은 한 5-6년 전에 이미 업무에 적용해보려 했던 기법이었습니다. 텔레비전 예능프로에서 북유럽 어느 나라의 회사에서 일하는 장면을 소개했는데 그걸 보고 저도 해보려 했었는데, 어느 틈엔가 기억에서 사라졌었지요. 그걸 다시 상기하게 되었습니다.
뽀모도로 기법은 1980년대 후반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시릴로가 제안한 방법이라 합니다. 그가 대학생일 때 토마토처럼 생긴 요리용 타이머를 사용해 25분 일하고 5분 쉬는 방법으로 많이 효과를 봤던 모양입니다. 그 방법을 알고 저도 실제 업무에 적용해봤습니다. 사실 저는 예전 칼럼에서도 언급했지만 15분 단위의 알람을 자주 사용했었습니다. 자투리 시간 10분이라도 시간을 재 놓고 뭔가를 하면 집중도가 올라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25분 일하고 5분 쉬는 방법을 업무에 적용해보니 상당히 효과적이었습니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할 때는 15분 정도의 타이머가 적절하지만 일하는 경우에는 25분 쪽이 훨씬 좋았던 것 같습니다. 25분을 넘어가면 좀 지루한 감이 있더군요.
뽀모도로 기법을 업무에 적용하기로 하고 보니 눈에 계속 밟히는 타이머가 있었습니다. 바로 구글의 회의 시간이나 스프린트라는 프로젝트 추진 방식에 활용된다는 '타임 타이머'입니다. 구글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제이크 냅이라는 분이 아들의 참관 수업에 갔다가 이 타이머를 보고는 그 직관성에 꽂혀서 구글의 업무에 적용하게 됐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 (진짜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구글에서 활용하는 건 맞는 것 같다.) 이 타이머는 시간을 맞추면 남은 시간이 빨간색 바탕으로 표시됩니다.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일하는 사람은 그 빨간 면적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이면 야속할 테고, 공부를 지루해하는 학생이라면 그 빨간 면적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는 것이 답답할 것이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남은 시간을 매우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조작이 매우 단순하지요. 딱 타이머 기능 하나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에서 타임타이머의 가격을 확인한 순간, ‘음, 잠깐, 생각을 해보자,’ 이렇게 머뭇거리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비쌌거든요. 해외 직구를 해도 3만 원을 넘는 가격이었습니다. 요즘 휴대폰마다 타이머가 달려 있는 마당에 아무리 구글에서 쓰는 타이머라도 3만 원~5만 원씩이나 주고 사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싶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그것보다 더 구매를 망설이게 된 건, 이게 또 하나의 짐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였습니다. 또 조금 쓰다가 책상 어딘가에 처박히면 좀 많이 아까울 것 같았고 집도 그만큼 더 복잡해질 테니까요.
그러다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가만, 요즘은 뭐든 좋은 것은 앱으로 만들어 놓잖아? 타임 타이머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출시되어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 앱스토어를 뒤졌는데, 있었습니다. 타임타이머사가 직접 만든 앱이더군요. 타임타이머의 직관적인 작동을 디지털로 거의 동일하게 구현해 놓았는데, 가격은 3천 원 남짓입니다. 실물 가격의 1/10 수준. 남은 시간을 빨간색으로 표시하는 것이나 바탕색을 흰색으로 표시하는 것 등 기본적인 타임 타이머의 모습을 잘 구현하고 있었습니다. 곧바로 구매했습니다. 결과는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지금도 타임타이머 앱을 구동시키고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3천 원에 집중력을 구매한 기분입니다.
새해에는 좀 더 집중해서 일과 삶의 밸런스를 잘 맞추기 위한 도구로 타임타이머를 권합니다. 단지 타이머를 하나 켜 놓았을 뿐인데 삶이 훨씬 여유로워진다면 해볼 만한 시도인 것 같습니다.
시간을 잽시다. 집중하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