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야겠다

- 달리는 법을 잊은 나에게

by 강호

요즘 퇴근길에 지하철을 한 정거장 더 가서 내립니다. 스무 살 시절에 비해 20킬로그램 가까이 늘어난 체중 때문에 몸이 힘들어졌거든요. 하루는 집에 가는 길, 저 앞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었다. 뛰어야 건널 수 있어서 육중한 몸을 추슬러 뛰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어라? 뛰는 법이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어딘가 어색하고 몸이 부자연스럽습니다. 그러고 보니 뛰어본 게 얼마나 되었나.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예전 마지막으로 헬스클럽의 러닝머신 위를 달린 게 10여 년 전이니까요. 이대로 몇 년 지나면 뛰는 법을 완전히 잊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중학교 때 아버지와 단 한 번 달리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잊히지 않는 장면입니다. 집까지 뛰어온 아버지는 심장 부근을 움켜쥐고 한동안 마치 세상이 정지한 듯 주저앉아 계셨습니다. 그때 아주 잠깐 저는 아버지를 잃는 것이 아닌가 두려울 정도였습니다. 아마 아버지도 저처럼 뛰는 법을 잠시 잊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 후로 아버지는 큰 이상 없이 사시며 다섯 손주를 다 안아보셨지만, 결국 심장마비로 또래분들보다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뛰는 법을 잊지 않으셨다면 더 오래 제 곁에 머물러주셨을 텐데요.


달리는 법을 다시 배워야겠습니다. 아직 맞아보지 못한 저의 전성기에 대한 미련 때문에라도, 아직 꺼내놓지 못한 저의 수많은 글들을 위해서라도 달려야겠습니다. 불필요한 것들, 이를테면 분노, 원망, 미련, 슬픔, 후회, 그리고 여기저기 붙은 살들을 뒤로 흘려버리고 달려야겠습니다.


그저 달려보고 싶어서라도 달려야겠습니다. 제 두 다리로 제 몸을 지탱하며 팍, 팍, 팍, 지축을 박차고 뛰어나가는 그 원초적인 감각을 다시금 느껴보고 싶습니다. 그걸 올해 제게 선물해야겠습니다.


만약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달리는 연습을 중지한다면
틀림없이 평생 동안 달릴 수 없게 되어버릴 것이다.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작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뿐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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