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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Jan 30. 2020

‘열심히 해봐야’가 아니라
‘열심히라도 해서’라는 마음

- 다시 한 번 신발끈을 조여 매며



가끔 ‘열심히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솟아오를 때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공을 들인 일이 잘 안되거나 열심히 준비한 시험을 망치거나 할 때 그렇습니다. 


오래간만에 가족들과 베트남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거기서 에어비앤비의 여행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골목 맛집을 기행하는 일일 투어를 했지요. 그냥 우리 가족끼리 둘러보았다면 보지 못했을 베트남 마을의 문화들을 누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베트남의 숙주나물 공장(?)에서는 녹두를 모래에 심어서 키우더군요. 모래에 영양분을 먹고 숙주가 자란다고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 쓴 모래는 다시 쓸 수 없다고 합니다. 양분이 다 빠져서인 것이죠. 또 베트남 특유의 우동 국수를 만드는 곳도 방문했지요. 쌀로 만들어진 우동 면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설명을 베트남 현지 청년인 ‘해리’를 통해 들으며 베트남 골목을 누볐습니다. 한국인 가이드 대신 베트남 현지 청년의 가이드를 받으니 여행지가 더 생생하게 다가오는 듯했습니다. 


다 좋았는데,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제 영어 실력이었지요. 작년 한 해 동안 꾸준히 영어공부를 했음에도 그다지 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베트남 청년 해리의 영어 설명을 2/3 정도밖에 못 알아듣는 것도 속상했고, 제가 생각하는 것을 해리에게 1/3 정도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것도 답답했습니다. 그때 ‘열심히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제 마음속에서 꾸물거리며 솟아올랐던 거죠. 


그러다 곧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이게 십 년 공부가 허사로 돌아가는 순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조금만 공부한다고 실력이 쑥쑥 늘면 공부 못하는 사람이 없겠지요. 조금만 애를 쓰면 누구나 돈을 많이 번다면 모두가 부자가 될 겁니다. 항상 무슨 일이든 어려움과 장애가 있기 마련이고 또 노력해도 성과가 안 나오는 기간도 있기 마련일 것입니다. 승패는 거기서 갈리지요. 그럼에도 더 노력하는 이와, 그렇기 때문에 주저앉는 이의 차이 말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다시 베트남 청년 해리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해리는 우리나라를 부러워했습니다. 차를 만들 수 있는 회사와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있는 것을 부러워했고요, 케이팝을 전 세계적으로 유행시킨 문화 강국임을 부러워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모습의 뒤에는 자신의 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깔려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비록 출발이 늦었지만, 그러나 우리는 뚜벅뚜벅 미래를 향해 간다', 이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베트남 호이안(다낭 인근 도시)은 우리나라의 7-80년대 풍경을 하고 있었지만 해리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우리 가족과 만났고, 최신형 아이폰으로 멋진 사진을 찍어 줬습니다. 인스타그램으로 그런 자신의 활동을 홍보하고 있었고요. 그는 자신의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활용해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있었습니다. 멋졌습니다. 그의 해맑은 미소만큼이나 그의 앞날이 쨍하게 밝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심히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생각은 정말 아무 소용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생각을 바꿔서 ‘열심히라도 해서 이만큼이나마 한다’고 믿습니다. 그렇게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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