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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Mar 05. 2020

언제나 영화처럼

- 평범한 풍경을 빛나게 만드는 상상

가끔씩 회사로 가는 발걸음이 축 처질 때가 있습니다. 인생이 아무 의미가 없게 느껴지고 세상 모두는 무언가를 이루었는데 나만 변변찮은 월급쟁이로 늙어간다고 느껴질 때가 특히 그렇습니다. 오래전 성공했던 가수들을 찾아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저들은 그나마 한때 전성기가 있지 않았나, 그래서 그 추억으로 평생을 팬들과 함께 가는 것 아닌가, 그렇게 부러워합니다. 나의 전성기는 언제였나, 그렇게 생각이 미치기 시작하면 평상시에 아무리 단단하게 마음을 붙들어 놓았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괜스레 옛날 중고등학교 시절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아무 걱정 없고 늘 행복했던 것만 같습니다. 공부 스트레스만 빼고요.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 시절 독서실을 다니며 친구들과 만화책 보고 떡볶이 먹고 했던 것도 좋은 기억이네요. 아, 그것만이 아닙니다. 대학 시절은 정말 황금기였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자유로운 시간이 넘쳐났으니까요. 그런데 오늘은 월요일 아침, 오늘도 회사에를 가야 합니다. 온갖 복잡한 일들과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떠오릅니다. 회사에 가는 것도 싫고, 그냥 모든 게 싫어집니다. 반백의 나이에 다닐 회사가 있고 안정된 월급이 나오는 것에 응당 감사해야 하건만 마음속에서는 계속 아우성입니다. 젊은 친구들은 이런 증상을 '일하기 실어증'이라고 한다던데, 딱 그 증세인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럴 때 '상상력'을 사용합니다. 전인권 씨의 노래 제목을 떠올리지요. '언제나 영화처럼.' 일어나기 싫은데 일어나야 할 때는 중요한 변론을 앞두고 자료를 찾아 읽는 영화 속 변호사처럼 다급히 일어납니다. 팔 굽혀 펴기라도 해야 하루치 운동이 되지요. 그때는 챔피언을 노리는 영화 속 록키처럼 엎드립니다. 그런 식이에요. 집을 나서 회사로 가는 그 길, 지루하고 반복적인 그 길을 걸을 때면 귓속에 영화 중경삼림의 주제가인 california dreaming이 울려 퍼지게 합니다. 홍콩 영화의 배우가 되는 거죠. 


'언제나 영화처럼' 일상을 꿈꾸려고요. 

그럴 때 '나의 모자람도 우리의 외로움도 개성이' 될 테니까요. 


"That's what I love aboout music. All these vanalities suddenly turn into beautiful pearls.
난 이래서 음악이 좋아. 엄청 따분한 일상의 순간도 어느 순간 갑자기 진주처럼 아름답게 빛나거든."      

                                                             - 영화 <<비긴 어게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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