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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Mar 10. 2020

페이퍼리스를 도입하다

- 개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작은 시도

“자네의 임무는 여태껏 쌓아 올린 사업을 죽이는 것일세. 종이책을 파는 모든 사람들을 실직자로 만들 것처럼 디지털 사업을 진행하게.”(브래드 스톤,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중에서)



제프 베조스가 전자책 부문을 맡은 책임자에게 했다는 이 말을 읽었을 때 등골이 오싹했습니다. 종이책을 만들던 사람이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것뿐만은 아닙니다. 디지털 세상을 주도하는 사람의 마인드가 무서웠어요. ‘종이책을 파는 모든 사람들을 실직자로 만들 것처럼’은 단지 수사가 아니니까요. 모든 디지털 기술은 편리함을 무기로 아날로그를 대체하려는 꿈을 태생적으로 꾸게 되는 듯합니다. 


아이폰3s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2008년 경에 저는 '놀랍게도' mp3 플레이어, 차량 내비게이션, 동영상 감상용 PMP 플레이어 등이 모두 스마트폰으로 인해 사라질 거라고 '예언'했었습니다.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 그게 무슨 예언이냐고 하겠지만, 그 당시만 해도 그렇지 않았거든요. 설마, 설마 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거의 실현되어 버렸습니다. 


우리 삶의 상당 부분이 디지털로 바뀌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간혹 유행 때문에, 혹은 구별 짓기 위한 명품으로서 아날로그를 사용할 수는 있어도 대세는 디지털입니다. 지도를 삼킨 네비, 카세트를 삼킨 스트리밍 서비스, 비디오를 삼킨 넷플릭스, 편지를 대신한 G메일, 수첩을 대신한 에버노트처럼 조금씩 조금씩 손을 뻗을 수 있는 모든 분야에 디지털 기술이 접목될 것은 거의 확실한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제가 꽤나 아날로그형 인간이라는 점입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도 아니고요. 일부러 노력을 많이 해왔지만 여전히 카톡이나 메시지보다는 통화를 하거나 직접 이야기해야 맘 편한 사람입니다. 특히 문구류를 좋아해서 메모장이나 볼펜이 없이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한다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랬던 제가 이제는 '페이퍼리스'를 일상에 도입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업무 회의를 위해 필요한 서류 이외의 참고용 페이퍼는 전부 PDF로 전환해서 '플렉슬'이라는 앱으로 읽고 있고요, 중요한 메모는 에버노트로 기록해 두었다가 공유가 필요할 때는 공유용 링크를 메신저로 전달합니다. 


누가 강제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제 스스로 이렇게 합니다. 디지털과 친해지려는 제 나름의 '수작'이자 왕초보의 '아기 걸음'이기도 합니다. 하나씩 하나씩 제 삶의 여러 부분들을 선제적으로 디지털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곁에 두고 친해지는 게 새로운 문화를 배우는 첩경이더군요. 또한 저는 이 새로운 변화에 '끌려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재미없으니까요. 꼭 바뀌어야 한다면 내가 먼저! 이런 마음입니다. 그러면 디지털로의 변화가 즐겁고 재미있지 않을까 싶거든요. 


간혹 그런 변화에 대해 들려드릴 생각입니다. 

일단은 책상위에 종이 대신 태블릿을, 펜 대신 스마트 펜을 올려놓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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