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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Apr 01. 2020

'역멘토링'의 시대

- 당신은 무엇을 전수해 줄 수 있나요?

코로나가 우리 일상을 덮치면서 배워야 할 것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곧 끝날 것이라 기대했던 코로나 19가 좀처럼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되니까, 직장인들은 당연히 협업을 위한 협업 툴을 배워야 하게 됐습니다. 어제 교육부 발표로 초중고 학교가 인터넷 개학을 하게 됐지요. 온라인 강의를 실시하고 있는 교수/강사들처럼 이제 선생님들도 온라인 강의와 기타 원격 교육을 위해 여러 종류의 애플리케이션을 다루는 공부를 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코로나 19가 억지로라도 배우게 한 '언택트' 기술들은 분명 코로나 이후에도 우리 사회를 매우 빠르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봅니다. 아직은 그리 많은 사람들이 실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멀지 않은 시간 내에 우리가 학습해야 하는 기본이 달라질 것 같네요. 처음 이메일이 나왔을 때, 그것에 적응했다가 문자 메시지를 배우고, 카카오톡을 배우고, SNS를 배웠던 것처럼요. 


저는 배운다, 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분명 저를 포함한 중장년층은 새로운 기술과 문화를 배워야 하는 아날로그 세대입니다. 그중에는 분명 잘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그분들은 좀 더 일찍 새로운 기술과 문화를 배운 것일 뿐, 우리의 자녀 세대인 Z세대처럼 디지털 네이티브는 아닙니다. 열심히 새롭게 나타나는 것이 무엇인지를 관찰하고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려는 의식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어렵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고 합니다. 예전 저보다 나이가 많은 베이비 부머 세대 어른들은 입버릇처럼 '난 이런 거 모르겠다. 그냥 예전처럼 살다 죽을래.'라고 말씀하시곤 하셨습니다. 요즘 들어 그 마음을 너무 잘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아직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변화를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예전에는 조금씩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코로나 19는 그런 시간적 여유마저 주지 않고 변화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역멘토링'이 종종 일어납니다. 비접촉 업무를 위한 새로운 앱을 사용하는 법, 하드웨어를 준비하는 법 등은 나이 든 '어르신'들에게는 미로 찾기 같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잘 안됩니다. 분명히 인터넷에서 본 설명대로 한 것 같은데도 뭔가 한 가지씩 틀려서 잘 되지 않습니다. 후배가 와서 몇 초 만에 일을 끝내주는 것을 보면 마술을 보는 것 같습니다. 디지털 디바이스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후배들의 도움이 아니면 일상 업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겠다 싶은 불안감이 듭니다. 


원래 선배가 후배에게 조언하고 가르쳐주는 것이 멘토링입니다. 그걸 뒤집어 선배가 후배의 조언을 구하고 가르침을 받는 것이 역멘토링이지요. 코로나 19는 후배들의 가치를 수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동시에 선배들에게 묻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동료들에게 무엇을 전수해 줄 수 있나요?''당신은 함께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나요?'라고 말이죠. 아주 과격하게 말하면 코로나 19는 기존의 삶의 방식을 중지시키고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과거의 경험과 경력은 맥락이 달라지면서 효용을 잃고 있습니다.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경험과 경력이 대기 속으로 연기처럼 사라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런 '역멘토링'의 시대에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요?


코로나 19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이면서 동시에 삶의 방식을 뿌리부터 흔드는 변화를 과격하게 추동하고 있는 듯합니다. 물리적 거리두기로 사람들을 만나기 어려운 시절, 이 변화에 대해 생각하고 그에 대한 대응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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