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호 Mar 31. 2020

'잠열'은 사라지지 않는다

- 아무것도 안 되는 순간을 마주쳤을 때

학창 시절 육상선수를 하면서 배운 인내와 결단이 도움이 됐습니다. 장거리 달리기를 할 때 속력을 낼 타이밍은 남들이 지쳤을 때입니다. 마의 구간, 고통의 극한점을 뛰어넘어야 해요. 제품 개발할 때도 그렇습니다.
아무것도 안 되는 순간을 맞닥뜨릴 때가 있어요. 대부분 포기할 시점입니다.
그 지점에서 정말 열심히 하면 뭔가가 일어납니다. 

- 다이슨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


언젠가 '잠열'에 대해 들었습니다. 고체가 액체로, 액체가 기체로, 고체가 기체로 변하기 전에 열을 흡수하는 기간이 있더군요. 계속 가열하고 있지만 물체의 온도가 올라가지도 않고 아무 변화가 없는 거죠. 그때 가해지는 '열'은 어디 간 걸까요? 상태를 변화시키는 데 사용된다고 합니다. 그 기간이 지나면 고체가 액체로 변하고 액체가 기체로 변하고 고체가 기체로 변한다는 거죠. 헛되게 손실된 열이 아니었던 거예요. 


우리의 노력도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정말 아무것도 안 되는 순간을 맞닥뜨릴 때가 있지요. 꾸역꾸역 해도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같을 때요. 거기서 대부분 포기합니다. 저는 이런 순간을 투명한 '막'이라고 종종 지칭합니다. 그 투명한 막 너머에 있는 사람을 보면 나와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고 그리 특출 나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냥 운 좋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얇고 투명한 '막'의 저쪽과 이쪽은 너무도 다릅니다. 

거의 모든 것이 천양지차입니다. 


저는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는 바로 그때가 그 '막'에 부딪쳐 뚫으려 하고 있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별 볼 일 없었던 게 아니지요.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다면 그 '막'의 존재를 알지도 못했을 테니까요. 지금 그 '막'과 만났다는 건, 정말 열심히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려왔다는 증거입니다. 스스로 칭찬해줘도 됩니다.


이제 조금만 더 노력할 때입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그 막이 찢긴다는 확신을 가지고 오늘도 한 발 한 발 내디뎌 봅시다. 

'잠열'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니까요.

작가의 이전글 수능 국어 시험은 왜 매년 어려워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