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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Apr 28. 2020

청바지 단상

- 영원한 젊음, 끝없는 도전, 추억의 집약체

"청바지는 패션계의 민주주의를 대표한다" - 조르지오 아르마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청바지는 제 일상복이 되었습니다. 32살 첫 취직을 할 때부터 양복을 입지 않아도 되는 직장에를 다녔지요.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도 제 청바지 차림에 대해서 문제 삼지 않습니다. 약 20년가량을 회사에 청바지 차림으로 다녔기에 이제 청바지가 아닌 바지는 약간 불편합니다. 쓸데없이 약간 긴장시키는 느낌입니다.  


중간중간 청바지를 포기할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나이 때문에요.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닙니다. 제 스스로 어느 날 제 자신에게 나무라고 있더군요. 


'청바지 입기에는 나이가 너무 들어버린 것 아냐?'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스며들자 청바지가 조금 버거워졌습니다. 청바지를 입기에는 체형이 너무 망가져버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성공한 인생과의 거리감이 느껴지게 하기도 했지요. 잘 빼입은 양복차림과 선명하게 대조되잖아요. 저는 검은 셔츠에 청바지, 운동화 차림을 좋아해서 종종 하고 다니는데요. 농담처럼 간혹 조언하는 분도 계십니다. 


'이제는 좀 차려 입어. 청바지에 운동화는 스티브 잡스니까 먹히는 거야. 우리 나이에는 이제 옷부터 점잖게 입어야 돼. 안 그러면 추레해 보여.'


이런 말을 들으면 그 말이 제게 감옥처럼 씌워집니다. 한동안 망설여졌지요. 상식적으로 보면 틀린 말은 아니거든요. 아주 진심 어린 충고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청바지 덕에 가장 밑바탕에서부터 고민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제 삶의 방식과 방향, 목표, 그리고 그런 제가 만들어가야 할 나의 문화 등등에 대해서요. 


저는 결국 청바지를 선택했습니다. 그 선택은 제가 나이 먹어도 새로움과 젊음을 추구하겠다는 선언이자, 과거보다는 미래에 중점을 두겠다는 결심이기도 했지요. 변화의 최전선에서 살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고요.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내 기준에 따라 살겠다는 정체성의 표현이기도 하지요. 한마디로 영원한 젊음이자 끝없는 도전의 상징으로 받아들인 겁니다. 잡스도 그렇지 않았을까요? 미지의 미래를 개척하려면 청바지는 필수 복장입니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저는 더 나이 들어서도 청바지를 입을 것 같네요. 

청바지는 젊음이자 청춘, 주체적 삶의 표상이니까요. 

추억이기도 하고요. 제 사진첩은 온통 청바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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