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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May 12. 2020

모두가 마이클 조던일 수는 없다

- 팀을 떠받치는 조력자에 대하여

최근 한 유명 듀어의 멤버 하나가 탈퇴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였습니다. 페북을 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그럴 줄 알았다고 말하더군요. 메인 싱어의 역할이 매우 큰 반면 탈퇴하는 멤버의 역할은 미미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역할이 작은 멤버는 빠져주는 것이 자신도 덜 상처 받고 역할이 큰 멤버에게도 도움이 된다나요. 


그때 저는 화학 시간에 배웠던 촉매가 떠올랐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자신은 변하거나 소진되지 않고 화학반응의 속도를 증가시키는 물질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탈퇴한 그 멤버는 또 다른 멤버의 스타성을 극대화시키는 촉매 같은 역할을 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지요. 


사실 솔로로 활동하는 가수가 아니라 그룹으로 나와서 성공한 팀의 경우에는, 그런 촉매 같은 역할을 하는 멤버들이 꼭 한 명씩 들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한 그룹의 경쟁력은 단지 우수한 역량을 뽐내는 멤버들에게만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오히려 역량 있는 멤버들 사이에서 충돌하지 않게 완충제 역할을 하며 조직을 단단하게 뭉치는 역할을 하는 멤버의 힘도 중요하지요.  


분명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밴드나 그룹에는 각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매력과 역량을 넘어서는 팀 차원의 시너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바로 그 에너지로 세상의 문을 열어젖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혼자 하지 않고 모여서 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겠지요.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역량 차원의 시너지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고, 둘인 경우에는 심리적인 지지대 역할을 해주기도 할 겁니다. 혼자서는 무대에 서지 못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팀에서 존재감이 적다고 사람들에게 평가되는 멤버가 결코 쓸모없는 존재가 아닌 이유입니다. 화려하지 않다고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헌신적으로 팀을 떠받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지요. 


아이돌 그룹이나 록 밴드, 축구팀에서만 있는 일이 아닐 겁니다. 회사마다 조용히 헌신적으로 일을 떠받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화려하지 않고 조금은 곰 같은 구석이 있기에 주의 깊지 않은 매니저가 보면 무능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떨궈내고 나면 팀의 융화나 일의 유기성이 망가지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애당초 프리랜서 집합체 같은 점조직 형태의 회사 조직을 구성한 것이 아니라면, 그래서 현재 회사가 유기체 형태의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면 조직을 세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그 회사의 힘은 두드러지게 목청을 높이는 직원이 아니라 조용히 뒤에서 떠받치고 있는 직원에게서 나오는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득점에만 신경 쓰면 되었다. 나머지는 피펜이 다 알아서 해주었으니까.... 그는 나의 MVP다." 


마이클 조던이 스카티 피펜을 두고 한 이야기입니다. 스코티 피펜은 그 화려함으로 보면 NBA에서 두드러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스카티 피펜이 시카고 불스에 있을 때 '푸대접'에 가까운 연봉을 받았으니까요. 하지만 그는 조던과 함께 팀을 6번 우승시켰습니다. 화려함은 조던에게 맡기고 그는 팀을 단단하게 떠받치는 조력자의 역할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피펜을 두고 '살림꾼'이라고 불렀지요. NBA 최고의 조력자라고도 했고요. 


팀장이나 리더는 그런 조력자의 역할을 하는 팀원을 알아보고 그를 지지해주어야 합니다. 승부처에서 조던과 같은 에이스가 승부수를 던지기 위해서는 팀을 단단하게 떠받치는 돌쇠 같은 조력자가 반드시 필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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