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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May 14. 2020

손이 배워놓으면 나중에 머리가 따라온다

- 필사와 코딩


코딩의 세계는 보면 볼수록 대단한 세계인 것 같습니다. 컴퓨터에 몇 줄의 코드를 적어 넣으면 그토록 어마어마한 일들을 해낼 수 있다니요. 쇳덩이를 살아 움직이게 하고 말도 안 되게 복잡한 수식을 계산해내고, 로켓을 달나라에 보내는 궤도를 계산하기도 하잖아요. 마치 마술사를 보는 기분입니다. 한평생 '문송합니다'로 살아왔지만 그 신비의 세계가 너무 궁금했지요. 하여 코딩을 조금은 구경해보자는 결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유튜브를 뒤지다 발견한 채널이 홍정모 선생님의 채널입니다.(https://www.youtube.com/channel/UCg6IlhycdYiK_nWB3spjIqA?view_as=subscriber) 개발자로 취업을 할 것도 아니고 해서 그냥 마음 내키는 대로 가장 원형이 되는 코딩 언어를 살펴보고 싶었는데, 그걸 친절하게 강의를 해주시길래 구독하게 됐지요. 원래 교수님이셨는데, 뜻한 바 있어 안정된 교수직을 버리고 미국으로 건너가 회사에 취직하셨다고 합니다. 코딩에 대한 이런저런 조언도 함께 담고 있으니 필요하신 분은 구독하셔도 좋을 듯합니다.


그런데 어느 강의에선가 홍정모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일단 손이 배워놓으면 지금은 정확히 이해가 안 되어도 나중에 머리가 따라옵니다.”


크게 공감했습니다. 그리고 옛 기억을 되살리게 됐습니다. 소설은 쓰고 싶은데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막막한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비슷한 조언을 들었거든요. 필사를 하라고요. 필사를 하면 문체도 좋아지고 글쓰기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고 하더군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이청준 씨의 <<서편제>>를 시작으로 꽤 몇 편의 장편과 단편집들을 필사했습니다. 베껴 쓸 때만 해도 그게 효과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필사의 효과는 눈에 보이지 않게 몸에 스며드니까요. 하지만 제 자신도 모르게 저를 바꿔갔습니다. 그 이후로 책을 10여 권 이상 쓰고 논문과 칼럼 등을 쓰면서도 기본적인 공부가 안되어서 머리가 아팠을지언정 글을 쓰는데 부담을 느낀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 시절 필사의 힘이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데 코드를 작성하는 것도 비슷한 모양이지요. 한 줄 한 줄 따라서 키보드를 두들겨보라고 하더군요. 그러다 보면 잘 이해가 안 되는 듯해도 손이 기억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에 실력으로 몸에 남게 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번에는 모나미 153 볼펜이 아니라 키보드로 코드를 따라 쳐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필사가 제게 글쓰기를 가르쳐주었듯이 코드를 따라 치는 것이 제게 코딩을 가르쳐 주지 않을까요. 즐겁게 따라가 볼 생각입니다.


인류를 미래로 이끌어가는 기술의 길을 아장아장 걸음마하며 따라가는 기분입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알고 싶습니다. 그 길이 어떻게 생겼는지 직접 보고 싶습니다.


손이 먼저 배워놓으면 나중에 머리가 따라오겠지요. 조금 마음이 설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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